NOLO 와인의 부상, 펜폴즈가 보여주는 프리미엄 전략의 변화
바로 NOLO 와인, 즉 저알코올(No/Low Alcohol)·무알코올 와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호주 대표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 Penfolds(펜폴즈)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한때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프리미엄 와인의 대명사인 펜폴즈가 무알코올·저알코올 와인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제품 라인 확장을 넘어서, 전 세계 와인 업계가 직면한 근본적인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건강 트렌드가 바꾸는 음주 문화
Penfolds를 보유한 Treasury Wine Estates가 최근 바로사 밸리에 1,500만 달러 규모의 NOLO 와인 생산 시설을 개설한 배경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이 시설은 2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완공되었으며, 알코올 제거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주 문화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마인드풀 드링킹(Mindful Drinking)'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술을 완전히 끊지는 않되, 양을 줄이거나 특별한 순간에만 마시는 절제된 음주 패턴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 16-24세 연령층의 3분의 1이 금주를 하고 있으며, 전체 성인의 5분의 1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통계가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이들에게 NOLO 제품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 되고 있다. "술 대신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펜폴즈의 과감한 프리미엄 전략
펜폴즈는 단순히 "무알코올 와인 하나 만들어봤다" 수준이 아니다. Treasury Wine Estates는 기존 레드·화이트 와인에 준하는 향과 풍미를 구현하고, 디자인과 패키지까지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건강을 챙기면서도 품격을 포기하지 않는 소비자'를 정확히 겨냥한 것이다.
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접근이다. 일반적으로 무알코올 제품은 기존 제품의 '저렴한 대체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펜폴즈는 오히려 NOLO 와인을 프리미엄 카테고리로 포지셔닝하며, 기존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는 NOLO 와인이 단순한 '덜 나쁜' 선택이 아닌, '더 좋은' 선택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기술 혁신이 만든 품질 혁명
NOLO 와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적 혁신이 필수적이다. 전통적으로 무알코올 와인은 알코올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와인 본연의 풍미와 복잡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역삼투압(Reverse Osmosis), 진공 증류, 회전원추컬럼(Spinning Cone Column) 등의 첨단 기술이 도입되면서 품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펜폴즈의 새로운 바로사 밸리 시설은 이러한 최신 알코올 제거 기술과 자체 공정을 결합하고 있다. 특히 포도 품종별 특성을 살리면서도 알코올 함량을 낮추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 와인 애호가들도 만족할 수 있는 품질을 구현하고자 한다. '맛이 없다'는 기존 편견을 깨뜨리는 것이 핵심이다.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
이제 NOLO 시장은 단순한 니치(Niche)가 아니다. 기존 와인 브랜드들의 잇단 진출, 맥주·소주 업계까지 NOLO 제품 출시, 수출 및 유통 채널의 변화가 감지되면서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전문 브랜드가 주도했던 이 시장에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 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펜폴즈의 사례는 전통적인 알코올 브랜드도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쟁 심화는 결국 소비자들에게는 더 많은 선택권과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시장의 현주소와 가능성
우리나라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특히 2030 세대 사이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지만 '와인 잔을 드는 분위기'를 즐기는 트렌드가 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고급화된 NOLO 와인이 등장하면, 충분히 한국 시장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건강 트렌드와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강해, NOLO 펜폴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와인샵이나 레스토랑 외에도 헬스&뷰티 스토어, 피트니스 센터 등도 새로운 판매 채널로 부상하면서 유통 다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음식과의 완벽한 조화
NOLO 와인도 일반 와인처럼 음식과의 페어링(조화)이 중요하다. 다만 알코올이 낮거나 없기 때문에, 더 가볍고 산뜻한 음식이 어울린다.
화이트 계열 NOLO 와인은 샐러드, 해산물, 크림 파스타, 치즈 플래터와 잘 어울리고, 레드 계열은 토마토 베이스 요리, 버섯 리소토, 미디엄 이하의 스테이크와 좋다. 디저트 와인 스타일의 NOLO 와인은 마카롱, 티라미수, 다크 초콜릿과 환상적인 조합을 만든다.
특히 가정에서 즐길 때는 무겁지 않은 한 끼 식사에 곁들이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브런치나 가벼운 저녁 식사와 함께하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와인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마케팅과 가격 전략의 새로운 도전
NOLO 와인의 가격 책정은 여전히 복잡한 과제다. 생산 비용 측면에서는 알코올 제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있지만, 소비자들은 알코올이 없는 제품에 대해 더 낮은 가격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펜폴즈는 이러한 딜레마를 프리미엄 포지셔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강조하여 기존 와인과 유사한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전략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기존의 '전통과 품격'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건강과 혁신'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마케팅 채널을 통해 젊은 소비자층에게 접근하는 한편, 기존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으로서의 NOLO 와인을 제안하고 있다.
건강한 음주 문화의 새로운 대안
펜폴즈의 NOLO 시장 진입은 단순한 제품 확대가 아니라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다. 건강, 분위기, 그리고 품격.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챙기고 싶은 소비자에게 NOLO 와인은 큰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 시장 역시 이제는 "마시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술"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NOLO 와인 시장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장이 와인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펜폴즈의 성공은 다른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와 영감을 제공할 것이며, 결국 소비자들에게는 더 다양하고 건강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 이 글은 조동천 저 『또 한 잔의 와인, 또 한편의 이야기』를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