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괜찮습니다. 아마도요.“
우리 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또 어떨 땐 떠나가기도 하는 두려우면서도 소중한 관계.
인간은 그런 관계 속에서 소외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나는 혼자여도 괜찮다고 거짓말하며 살아왔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외면해도 그냥 괜찮은 것처럼, 강한 것처럼, 나를 불안하게 하는 상황 속에서 혼자여도 괜찮다며 나 자신을 다독였다. 상처받는 상황이 생길지라도 ‘나만 참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에 응어리를 품은 채 고립되기를 자초하였다.
사실은 그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누군가랑 어울려 얘기하는 걸 좋아하면서 말이다.
겁이 많던 아이는 어려서부터 배신을 배웠고, 그 아이의 뇌는 소외감부터 학습하였다. 긍정적인 감정을 학습해도 모자랄 시기에 나는 혼자가 되는 법을 배웠고,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은 채 홀로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싶어도 섣불리 열 수 없게 된 지금.
성숙을 모방한 가면을 쓰고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러움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철이 일찍 들어서 힘들 때 애처럼 철없이 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깊은 마음속엔 해결되지 않은 외로움과,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그 감정들을 홀로 삼키며 애써 괜찮은 척하는 것이 어쩌면 이번 생의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행복해질 용기를 내기엔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관계일까 두려워서.
그 관계에 마음을 줬다가 받을 상처가 겁이 나서.
언젠가 바스러질 관계를 감당하기엔 겁이 나서.
이뤄질 수 없는 꿈결같은 관계를 응망하면
진짜 바라게 될까 봐 무서워서.
이런 저런 핑계로 행복해지길 회피하고
다른 사람의 좌절에 공명하며 더 깊은 우울을 탐한다.
이제 나는 그 누구도 다가올 수 없는
다가오면 가시부터 세우는 우울한 사람이다.
그야말로 진짜 고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