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나의 안부를 물은 게 아니라 절망을 야기했다.“
그들이 내게 사랑이랍시고 자부한 것은 나를 아프게 하는 가시에 지나지 않았다. 절대 사랑이라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편’이라는 말로 포장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의 뒷모습은 나를 강파르게 하니까. 또 다시 기대하게 만드니까.
나는 그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무언가의 안에서 좌절을 먼저 배웠다. 기대하지 않을 거라고, 마음을 열지 않을 거라고 절망 속에서 단념하고 견지했다. 하지만 정겨움을 빌미로 나를 붙잡는 향에, 자존심 따윈 내려 놓게 되었다.
그냥 ‘구멍이 하나 더 났네…’라고 무덤덤한 척 스스로를 속이기로 했다.
간혹 주위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힘들면 쉬어가도 돼. 너의 속도로 달려. 그래도 괜찮아.”
그러나 현실은 그럴 수 없다. 그렇게 하는 순간 더 큰 경멸로 나를 파고들까 봐 두렵다. 그러니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 요원한 희망의 줄기를 한없이 염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