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휴학을 결심하다

나는 왜 이 길이 힘들었을까

by 가은


건축학과 4학년 1학기를 마친 어느 날, 나는 결국 멈추기로 결심했다. 재수 1년, 그리고 대학생활 3년 반. 스무 살이 되고 난 이후, 4년 반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에 흘러갔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꾸며 들어온 건축학과였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인테리어 수업의 비중은 생각보다 적었고, 마감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으로 거셌다. 또한 잠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에게 밤샘은 유난히 가혹하게 다가왔다.


건축학과의 일상은 학기마다 하나의 건물을 설계하고, 모형과 패널 작업을 거쳐 중간과 기말 두 차례 크리틱에서 결과물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기가 시작되면 매주 담당 교수님께 크리틱을 받으며 숨 돌릴 틈도 없이 달리게 되고, 어느새 마감은 성큼 눈앞에 다가온다. 마무리도 못 한 채 제출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과정보다는 버티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솔직히 말해, 마감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건 내 의지 부족 탓이다. 남들이 보기엔 잠을 줄여가며 작업하는 모습이 열정적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진정으로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까이서 본 나는 그저 무너지는 자신을 억지로 붙잡으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을 뿐이다. 반면, 설계에 진심인 친구들은 이 과정을 오히려 즐기기도 했고, 밤샘에도 나처럼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무언가에 몰두하면 깊이 빠져드는 성격이다. 재수 시절, 공부가 재미있었던 건 아니지만 목표가 있었고, 해야 한다는 이유 하나로 내 방식대로 꾸준히 해냈다. 하지만 설계는 달랐다. 이상하게도 하고 싶은 마음도, 의욕도 쉽게 생기지 않았다. 모두가 과실에서 밤새 작업할 때에도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데이트를 하려 했고, 쉬는 시간은 쉬는 시간대로 지키며 내 삶의 균형을 놓지 않으려 했다. 몰입보다는 거리 두기를 택했던 내 안에는 어쩌면 이미, ‘이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닐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조용히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감 시즌마다 지쳐 있는 나를 보며 엄마는 “언제든 쉬어도 된다”라고 말씀해 주곤 하셨다. 그 말은 분명 따뜻했지만, 마음은 좀처럼 편해지지 않았다. 재수까지 했고, 전공이 5년제였던 만큼 ‘지금 쉬어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괜히 도망치는 건 아닐까,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기말 크리틱이 끝나면 늘 밀린 잠부터 몰아 자곤 했다. 하지만 방학이 주는 여유도 잠시, 곧 하기 싫은 공모전에 억지로 참여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다들 하니까, 괜히 불안해서. 이렇게 나를 몰아붙였다가, 또 쉬었다가를 반복하던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 모든 걸 하고 있는 걸까?”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이미 목적을 잃고, 그저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이 길이 정말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여정인지도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남은 1년 반마저 이대로 흘러 보낼 것만 같은 기분. 그 막막함 속에서 나는 결국, 잠시 멈추기로 했다.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시간이 나를 더 잘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의 불안이와 닮았다. 평온한 마음을 위해선 지금 여기를 살아야 한다지만,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나에게 ‘지금’을 산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안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흔들었지만 그런 순간마다 나는 글을 통해 그 마음을 붙잡아보려 애썼다. 나에게 기록이란, 나를 이해하게 해주는 동시에 흔들리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다독이는 도구였다.


여유를 느끼고 싶을 때면 카페로 향했다


이제는 어제보다 조금 덜 흔들리는 내가 되기 위해, 그리고 휴학 이후의 시간 속에서 어떤 생각과 감정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차근히 들여다보기 위해 이곳에 글을 남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