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로본능 Oct 22. 2024

2년 만에 맞춰진 퍼즐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새로운 친구를 사겼다. 체형도 비슷했고, 나보다 내향적이었던 아이 A. 그 친구와의 인연은 단 한달이었다.


한 여름밤의 꿈같던 시절이었달까. 4월의 어느 날 점심시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밥 먹는 시간이 매우 빨랐다. 역시나 A보다도 10~15분 정도 먹는 시간이 빨랐고, A는 먼저 식판 치우고 기다리고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날도 여느때처럼 내가 먼저 먹었고, 식판을 치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다가 지루해서 매점을 다녀왔다. 그 사이 A도 다 먹고 식판을 치우러 왔는데 그 자리에 내가 없자 찾고 있었고, 매점을 다녀온 나를 보고 화를 냈다.


당연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미리 말하지 않고 혼자서 매점을 다녀와 미안하다고 사과의 뜻도 전했다. 하지만 A는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A에게 절교를 당했다.


그 사이 제티 사건도 해결이 됐고, 초등학생때 알고 지낸 아이들과 어울려지내다가 새로운 친구 B를 사겼다. 학폭위가 열리지 않았지만 제티사건은 담임 선생님들은 알고 있었을 거다. 그 덕분이었는지 2~3학년 반배정땐 B와 항상 같은 반이 됐다. A와는 학교에서 마주쳐도 인사조차 하지 않는 걸끄러운 사이가 되어버렸다. B와 함께한 시간동안 단 한번도 나는 A의 이야기를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나는 중학교 3학년이 됐다.


3월 첫날, 새로운 반에 들어선 그 순간, 교실에서 A를 만났다. 원수만큼 걸끄러웠던 A와 같은 반이 되어버린 것이다.


2년동안 항상 의문이었다. 왜 A는 나와 절교를 했을까. 진짜 혼자 매점에 간 게 절교를 할만큼 화가 났을까. 아님 내가 또다른 걸 잘못했을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퍼즐 한 조각. 절교 당한 계기는 찾을 수 없었다.


초등학생때 친했던 아이들과도 다시 친해지고 여전히 B와도 친했다. 그런데 B와 A가 친해졌다. 미용에 관심사가 있어서 그런지 점점 그 둘이 가까워졌다. 제일 피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차라리 졸업때까지 서로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초등학생도 아니고 B에게 "너 A랑 친하게 지내지 마!"라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남은 방법은 하나. A와 결판을 지어야 했다. 얼굴보고 말을 하자니 말을 건네고 싶지도 않았다. 편지를 썼다.


십년 이상이 지나 편지 내용은 기억이 나진 않는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나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아. 물론 아무 말 없이 매점에 다녀온 건 나도 잘못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때 사과의 뜻을 분명히 건넸고, 너는 어떤 말도 하지 않은채 우리의 사이가 끊어졌어. 그렇게 생활했는데, B와 너가 친해졌네. 우리 사이는 걸끄럽지만 B와 너가 나 때문에 인연에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그때 왜 그랬는지 너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이런 내용을 꾹꾹 눌러 담았다. 금세 편지는 2~3장이 됐다. 얼굴 보고 건넬 용기가 나지 않아 모두가 하교하고 나서 A 책상에 넣어두고 집에 갔다. A의 답장을 기다렸는데, 받을 수 없었다. A와 B는 더 친해졌고, 나는 답답했지만 표출할 수 없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2년 만에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처음으로 B의 집에 놀러갔다. 밥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먼저 A의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나 1학년 때 A랑 친했었어. 그러다가 뭔지 모르는 이유로 A랑 멀어졌어. 너랑 A랑 친해진 게 편하지는 않지만 방해할 생각은 없어"


A는 B에게 나와 절교한 이유를 털어놨다.


"나 그 이유 알아. 사실 A가 너가 편지 쓴 거 이야기 하면서 이야기 해줬어. 000무리(그 때 소위 잘 나갔던 아이들)가 걔한테 너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그랬대. 그래서 너랑 절교 한 거래"


그랬구나.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그렇게 맞추고 싶어했던 퍼즐조각이 2년만에 맞춰졌는데 허무했다. 마치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더 글로리가 이런 느낌일까.


나랑 놀지 말라고 협박했던 그 무리보다 A를 더 용서할 수 없었다. 말하기 힘들었겠지만 차라리 솔직하게 말을 하지. A도 본인이 왕따를 당할까봐 내린 결정이었을 거다. 하지만, 2년동안 난 A만 보면 자책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때 만약 나 혼자 매점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에게 더 솔직하게 사과를 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걔는 내 옆에 계속 있었을까. '


2년동안 A를 마주치는동안 매번 생각했다.


'그런 이유였다면 나에게 솔직하게 말해주지.'


나름 꼬인 관계를 풀고 싶어 편지를 건넸지만 A는 한번도 직접 그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A와 다시 한반이 되었을때 한편으론 다시 친해지고 싶었다.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맞추고 싶던 퍼즐이 맞춰졌을 때 결심했다. A와의 완전한 절교를 해야겠다고.

작가의 이전글 제티가 뭐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