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회사에서 짤렸습니다.
부끄럽지만 짤린게 맞는거 같아요.
5년 동안 다닌 회사이며 누구나 그렇듯 열심히 잘 다닌 회사였습니다.
주말에도 나갔고 출장도 많이 갔었고 야근도 많았습니다.
대기업이 아니었기에 나의 열정에 대한 페이는
지급될 리 만무했고 그걸 알면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는 A라는 부서로 들어가면서 나름 괜찮았지만,
원치 않게 다른 부서로 이전되면서 고통은 시작되었습니다.
이전된 부서는 신사업을 준비하는 부서로
모든 것이 맨땅에 헤딩으로 믿고 갈 선배나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
나이 든 부서장을 모시며 하나하나 수발을 들어야 했어요.
부서 직원 수는 제일 많을 때는 5명,
한 팀이라지만 평균 3명으로 유지되었으며
좋은 회사도 아니고 좋은 부서도 아니었기에
여기 부서를 거쳐간 직원도 50명이 넘었고
매일 입사에 퇴사에 정신없었습니다.
직원을 뽑을 때도 부서장 본인이 더 좋은 사람을 뽑고 싶다며
이력서도 본인이 직접, 면접도 직접.. 그러다 보니
사대보험과 급여, 퇴직금 등의 소통 문제가 잦았고
부서실적도 안 좋은 데다 회사 인사팀과도 트러블이 날로 심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마지막에 제가 잘린 것은
팀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직원들의 입사와 퇴사 끝에
저와 부서장 둘이 남은 상황에서
부서장이 회사 사장과 싸우고
무단결근(?) 비슷한 걸 하면서도
자동적으로 퇴사처리가 되었고 팀을 끝까지 지켰던
저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습니다.
회사라는 곳에 타 부서 직원들이 있지만
밥도 혼자 먹고 출퇴근 인사 받아주는 이 없이
유령처럼... 혼자 회사를 다녔어요.
그럼에도 무슨깡인지 아무도 시키지 않는 일을 꿋꿋이 일을 했고
그걸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수입이 없는 부서라 회사에서도 없애고 하는 부서였기에
그냥 알아서 그만두길 바랬나봐요.
당시 저는... 임신준비를 하고 있었고 난임병원을 다니며
한약도 먹고 배에 주사도 계속 맞고 있는 상황으로
1년 넘게 자연임신을 시도했으나 되지 않았고
1번의 유산을 거쳤고.. 또 시도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회사 생활은 불안정하지.. 회사는 다니기 싫지만
돈이라는 굴레가 좋아 체면이고 뭐고 없었거든요.
회사는 나가기 싫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기에 간섭하지 않기에
꾸역꾸역 나갔습니다.
그러길 한 달째,,,
유령 같은 회사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나름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최종적으로 다른 부서 상사와 이야기를 하고
권고사직을 해달라고 했죠.
회사 입장에서는 본인이 직접 찾아와
권고사직을 해달라 하니 좋을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하루 만에 바로 처리되었거든요.
권고사직은 아닌데..
권고사직으로 해달라고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바보였나봅니다.
저는 팀이 없어졌기에 "경영난"이 퇴사 사유가 되어야 하는데
당시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권고사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권고사직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주뒤 저는 임신이 되었습니다.
그것도..자연임신으로 말이지요.
생각해보니 마지막까지 회사에 붙어있으려고 한 이유는
일을 하고 싶어서도 있겟지만 임신하게 되면 육아휴직을 받으면서
나름 아름답게 쉴수 있다는 생각에
어리석게 계속 회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는 늘어만 갔고..
임신은 되지 않았고..매일 슬펐답니다.
임신소식을 알고 아기를 지키기위해
정말 집에서 눕눕만 하고 공원산책외에는 일절 외출도 안하고
아름다운 스토리의 영화만 봤어요.
대학졸업후 일만하다 처음으로 가져본 휴식기에 몸도 반응했는지
우리아기는 그렇게...잘 버텨주었고
23년 4월에 4kg,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비록 내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러 상황에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짤려..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돈을 벌 수 없는 백수가 되었지만
그보다 더 값지고 소중한 아기를 지켰고 아기를 출산했기에
이제는 더 가치있는 삶을 회사란 울타리 없이 살아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