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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으킨 건 결국 나였다.

고통을 품고도 다시 걸어가는 삶에 대하여

by 최소윤소장

솔직히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 삶이 무속으로 기울어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단정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또한

경험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믿었다.

기도를 하면 신이 들어줄 거라고,

내 간절함이 닿기만 하면 무형의 세계가

내 삶에 손을 내밀어줄 거라고.

제사를 지내면 병이 나을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확신과,

나의 절박함이 맞닿아 있었다.


나는 그 희망을 붙잡았다.

사람을 믿었고,

기운을 믿었고,

내가 닿을 수 없는 ‘어떤 힘’을 믿었다.


그러나 시간은 믿음을 시험한다.


그리고 몸은,

그 어떤 것보다 먼저 진실을 말해준다.


기도를 드린 밤에도

나는 여전히 잠들지 못했다.


무릎은 시큰거렸고,

심장은 이유 없이 조여왔으며,

머릿속은 안개처럼 멍했다.


“선생님, 분명 좋아진다고 하셨잖아요.”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신이 아직 다 앉지 않아서 그래요.”


처음엔 아니라고 했던 제사가,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한 수순처럼 제안되었다.


어느 덧,

머릿속은 의문이 생긱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숨을 헐떡이며 깨달았다.


내가 정말로 믿은 건 신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 아무 것에라도 매달리고 싶었던 ‘내 자신’이었다는 걸.


믿음은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진실과 마주했다.

아무도 내 고통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것.


결국 이 길은 내가 스스로 걸어야 하는 길이라는 것.


믿음이 흩어지고 난 자리에 남은 건

철저한 고요와, 다시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뿐이었다.


나는 여전히 삶의 수수께끼를 다 풀지 못했다.

그러나 내 안에 흐르는 생명력이 나를 다시 일으킨다는 건 안다.


진짜 믿어야 할 대상은

고통을 품고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려는

‘지금의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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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