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결혼을 무한 긍정하는 부부의 대화
남편과 내가 꼭 살고 싶은 집이 있었다.
그 집에 살고 싶어서 이런 궁리 저런 궁리를 했지만, 결국 얻지 못했다.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럴 걸 대비해서 단디 마음을 정비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소망하던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아픔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것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희망이 꺾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씩씩하기로 했다.
이번만큼은 명랑한 내가 되고 싶었다.
소망이 좌절되던 날 밤, 남편에게 말했다.
"세상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는 것 같아.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는 책 제목도 있잖아. 뭐든 해석의 문제가 아닐까? 오늘 일이 아주 나쁜 게 아닐지도 몰라."
내 옆에서 가만히 듣던 남편이 입을 떼었다.
난 내게 온 것은 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
남편은 첫 직장 퇴사 후 지금까지 약 10년 간 일이 없는 사람이다. (그간의 우여곡절을 나는 <이혼하고 싶을 때 읽는 책> 브런치북을 연재하며, 끝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쓴 적이 있다) 오랜 기간의 취업 준비로 너덜너덜해졌을 그에게서 나온 말이 '내게 온 것은 다 좋은 것'이라니. 순간 감탄한 나머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내 삶에 찾아온 당신이라는 사람, 좋은 것.
재작년 우리에게 찾아온 쌍둥이, 좋은 것.
나와 당신의 부모님, 좋은 것.
지금의 보금자리, 좋은 것.
심지어 당신의 무직 10년 조차도 좋은 것.
놀랍게도 우리의 삶에서 나쁜 것은 하나도 못 찾았다. 골똘히 생각해 봐도 '나쁜 것'이라고 판명날 만큼 나쁜 것은 없었다. 아홉 번의 시험관 여정도, 두 번의 유산도 이미 우리의 고유하고도 소중한 서사가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소망이 좌절된 일은 좋을까 나쁠까?
남편의 말이 맞았다.
내 삶에는 좋은 것만 있다.
나쁜 것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게 있다.
갑자기 내게 온 모든 좋은 것들을 더 사랑하며 살고 싶어졌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