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에 절여진 중학생의 나
엄마, 나 면접 다녀올게 #2
┃중학크래프트┃
내 중학교 생활은 이제 막 게임산업이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날아오르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지금의 '전통 놀이'가 대한민국에 막 살포되던 시기였고, 나는 그 '뉴클리어'를 정통으로 두들겨 맞기 시작하는 세대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 멋진 타이밍이었다.
내 뇌 속 어딘가에 선명하게 박혀있는 '덩크넷 PC방'이란 단어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랬다. 교문 앞에서 생글생글 웃는 학생 한 명이 나눠주는 '1시간 무료' 쿠폰은 친구들과 나를 달콤한 유혹의 길로 인도했다.
학교에서 불과 200m도 채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 학교보건법이 완벽하게 제정되기 전 빈틈의 실을 파고들어 온 덩크넷 PC방은 우리 중학교를 들썩이게 했다. 2층에 자리 잡은 시간당 2천 원의 그 PC방은 같은 교복을 입은 까까머리의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무료 쿠폰이 끝나갈 무렵 각자의 비상금을 꺼내 카운터에 내밀고 뛰어가는 기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CD를 받아 CD롬에 넣고 괴상한 얼굴을 한 3 종족이 지나간 뒤 싱글게임이든 멀티게임이든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사실 초등학교 때도 고인돌이나 페르시안왕자 등등 다양한 게임이 있었지만, 이토록 도파민을 풀파워로 분출하게 만든 컨텐츠는 스타크래프트가 최초였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마린의 목소리가 내 머리를 때려댔고, 저글링이 울타리를 넘는 상상을 하며 저글링 마릿수를 세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내 중학교의 일부는 스타크래프트로 점철되었다.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내보면 대략 3시쯤 학교 종이 땡땡거림과 동시에 전력 질주를 시도하는 학생들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좀비 떼처럼 건물 밖으로 방출되기 시작했다. 이는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독자분들은 아시리라 생각한다.
며칠째 나눠주는 무료 쿠폰을 날치기하는 도둑놈처럼 잡아들고 무단횡단도 서슴지 않고 육교를 뛰어 올라가는 양심적인 친구 등등 다양하게 PC방을 향해 질주했다. 단 몇 초 차이의 질주가 그들의 도파민 분출 타이밍을 가속시키거나 늦출 뿐이었다.
그 시기는 문득 돌이켜보면 노는 방식이 변화하는 시점이기도 했다. MZ에서 Z를 떼어낸 M(밀레니얼 세대)들은 그 세대 안에서도 문화가 아주 달랐다. 고학번 형들 중 소위 '날라리'로 불리는 형들은 담배와 당구장을 좋아했고, 나와 같은 저학년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즐겨하던 동네 술래잡기 문화 같은 것이 뒤섞여서 중구난방이었다.
그 틈을 놓칠 PC방이 아니었다. '덩크넷 PC방' 옆엔 '스톰 PC방'이 생겼는데 스타크래프트를 겨냥한 것처럼 스톰이라는 단어처럼 기괴한 스타크래프트 느낌의 인테리어와 더불어 당구대 2대를 들여놔 당구와 컴퓨터를 결합한 혼종을 만들어냈다. 불과 한 학기 만에 일어난 '덩크넷'의 몰락이었다.
짜장면 배달을 허용함과 더불어 컵라면이 도입되고, 빵과 음료수가 생기며 달콤함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도파민은 MAX를 넘어 한도 초과였다. 그리고 곧 PC방의 시대를 집으로 끌고 들어가기 위한 각 컴퓨터업체의 경쟁이 이어졌다.
박찬호의 '체인지업' , '진돗개' 컴퓨터 등등 다양한 세력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난 이때 게임을 즐기는 행위를 멈춰야 했다. 쇼츠를 끊지 못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처럼 나 또한 스타크래프트에서 더욱더 뻗어나가고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