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은수저
네 살 경 어린 시절 자고 있는데 플래시불빛이 왔다 갔다 비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눈을 떠보니 도둑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는데 무서워서 눈을 꼭 감고 자는 척하고 있다 보니 진짜 다시 잠이 들었다. 그 시절은 도둑이 많았다.
다음날 아침이 되니 엄마가 부엌에 있던 은수저가 다 없어졌다고 했다.
난 어제 도둑이 가져갔구나 생각이 들어서 "엄마~ 어젯밤에 도둑이 들어왔는데 무서워서 소리를 못 질렀어. 미안해!" 엄마는 괜찮다 하시며 다음에도 그러면 모른척하라고 하셨다.
잘못하면 도둑이 해코지한다고.
우린 그다지 잘 사는 집이 아니었는데 수저는 은수저였다. 그래서 다른 집도 다 그런 줄 알았다.
아이들마다 하나씩 사서 식구 모두 수저 무늬가 다 달랐다.
밥상을 차릴 때마다 이건 오빠 것, 이건 아빠 것, 이건 언니 것... 다 구분해서 놓아야 했다.
이것을 도둑이 다 가져간 것이다.
그런데 그 수저 없이 다른 것으로 먹다 보니 어느 날 다시 은수저가 보이기 시작을 했다.
엄마가 푼푼히 모아 다시 하나씩 마련한 것이다.
엄마의 머리에는 수저는 은수저였다.
왜인지는 몰랐지만 지금 나는 건강에 좋으라고 은수저를 쓴다.
엄마께 은연중 배운 것인지도 모른다.
결혼할 때도 손님용 은수저를 10벌 사주셨다.
아들 백일잔치 때 돌잔치 때 남편 생일상 차릴 때 썼다. 때마다 상을 세 번씩 차려야 하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남편직장동료, 시댁식구, 친정식구 순으로 차렸다.
그때는 장 보는 것도 어려웠고 아이가 어려 음식을 하는 것도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손님대접을 안 하게 되고
이제는 은수저는 할 일을 잃고 장롱 속에 고이 잠들어있다. 엄마가 정성스레 마련해서 색동수저집에 넣어서 준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