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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타인 Head 4 15화

삶을 가르쳐준 나의 인생 스승

당신은 인생에서 모리와 같은 스승이 있었습니까?

by 타인head

오랜만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위키페디아: 줄거리, 영문명:Tuesdays with Morrie) 책을 다시 읽었다. 예전엔 그저 ‘감동적인 책’이라고만 느꼈던 이야기였지만,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니, 전혀 다른 무게로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의 'Thanks To' 페이지의 맨 마지막에 자신의 스승인 모리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작가는 이런 질문을 했다.


"Have you ever had a teacher like Morrie?"

("당신은 인생에서 모리와 같은 스승이 있었습니까?")

나는 속으로 조용히, 대답했다.


“네.”


내가 20대 초반이던 시절,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한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나는 세상 물정은 잘 모르고, 단지 돈을 벌겠다는 의욕만 가득했던 풋풋한 대학생이었다. 그 때 당시 사장님은 40대 중반 정도 되셨고, 이전에 운영하시던 회사를 정리한 뒤, 막 새로 무역 회사를 시작한 참이었다. 무역보조 사무원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우리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사장님은 그때나 아직도 연락하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나에게 늘 존댓말을 쓰신다. 어린 나이의 직원에게도 존중을 아끼지 않으셨고, 내가 캐나다로 이주한 이후에도 매년 내 생일이면 캐나다로 어김없이 꽃다발을 보내주신다. 수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나를 기억해주고 아껴주시는 그 마음이, 내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일을 하면서,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또는 가끔씩 출장을 동행하면서 사장님은 내게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운전면허를 막 딴 나에게 고속도로 운전법을 직접 알려주시며, “항상 어깨 너머로 옆 차선을 확인한 다음에 차선을 바꿔야 해요. 눈 오는 날만큼이나 비 오는 날도 미끄러우니까 조심해야 해요.” 라고 조언해주셨다. 또, 학교에서는 영어를 배웠지만 실제로 말해본 적은 없던 나에게는 어느 날 아침, 직접 영어학원 등록을 해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영어는 앞으로 외국과 무역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지금부터 영어와 친해져보세요.”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가르침과 조언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말씀들 가운데서도, 지금까지도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말씀이 하나 있다. 바로 이 말이다.


“앞으로 사회 생활 하면서, 사람들은 내가,
두 배를 벌면 질투를 할 것이고,
열 배를 벌면 부러워 할 것이며,
백 배를 벌면 존경할 것이고,
천 배를 벌면 따를 것이며,
만 배를 벌면 위해 나를 위해 일할 겁니다.

그러나 나 자신은 가장 밑바닥에 있어야 합니다.”


그 말이 내 귀에 들어왔을 때는 ‘성공의 공식’처럼 들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내가 점차 그분의 나이가 되고, 세상과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야 깨달았다. 그 말은 단순히 성공을 위한 조건이 아니라, 성공 이후에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높이 오른 나무일수록 뿌리는 깊어야 하듯, 많이 가진 자일수록 더 낮은 자세로 세상을 섬겨야 한다는 것. 진정으로 자신을 비우는 자만이 끝까지 채울 수 있으며, 세상이 나를 우러러볼수록, 나는 더 깊이 엎드려야 한다는 그 말씀은, 단순한 겸손의 미덕을 넘어 인간의 품격과 리더십의 본질이라는 것을 점점 더 느낀다.


20대 초반에 만난 그 사장님은 내게 미치가 만난 모리와도 같은 분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분의 가르침이 더 깊이 마음에 새겨지고,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 되어준다. 살면 살수록 감사한 마음이 더해진다. 오랜만에 안부 문자라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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