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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타인 Head 4 17화

그린라이트

고&스톱

by 타인head

오늘 출근길에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운전하는데 거의 모든 신호등이 초록불이었다. 평소라면 30분 안팎으로 걸리는 길이었는데, 오늘은 20분도 안 돼 도착했다. 캐나다는 모든 학교가 9월에 시작되는데, 첫날 출근하는 길에 연속된 그린라이트가 앞에 쭉 펼쳐지니 왠지 오늘 하루를 축복해 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차를 몰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인생에도 이런 순간이 있지 않을까? 모든 게 우연처럼 맞아떨어지고, 힘을 주지 않아도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간. 멈춤과 기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인생은 늘 그린라이트일 수는 없다. 어떤 날은 유난히 빨간불이 길게 이어지고, 기다림 속에서 답답함이 쌓인다. 멈춘 차 안에서 시계를 보며 마음이 조급해지고, 툴툴거릴 때도 있다. 하지만 신호등이 우리를 멈추게 하는 이유가 있듯, 인생의 멈춤에도 이유가 있다.

우리는 빨간불에 멈추고, 초록불에 간다. ‘지금은 멈춰야 할 때야’라는 신호, ‘이제는 가도 괜찮아’라는 사인을 삶에서도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다면 한결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생의 신호등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마음속에서, 때로는 경험과 직관 속에서 그 신호를 읽어야 한다.

모두 각자의 길 위에서 수많은 신호등을 만난다. 나의 오늘 출근길은 그린 라이트 덕분에 기분 좋게 시작했다.


인생의 그린라이트를 위하여!!


*작가의 부탁: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느낌, 생각, 질문 등, 간단한 소견을 댓글에 남겨주세요. 공감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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