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타인 Head 4 27화

들숨과 날숨의 비율

4:6

by 타인head

바쁜 하루였다.

‘뛰지 말자.’

일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종종 되뇌는 반성이자 다짐이다. 하지만 오늘도 예외 없이, 사무실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시간에 쫓기듯 하루를 흘려보냈다. 집에 돌아오니 몸이 굳어 있었다. 어깨는 뻐근했고, 다리는 묵직했다. 물을 한껏 들이켜고 식탁 의자에 앉아 고개를 한 번 돌렸다. 그리고 숨을 내쉬었다.


“휴~.”


요가를 배우고 가장 좋은 점은 호흡을 배웠다는 것이다. 숨 쉬는 건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떻게 쉬느냐에 따라 몸에 뭉쳤던 근육이 이완되는 느낌, 마음의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요가를 통해 알게 됐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아서 일을 마치고, 하는 모든 일들이 숨을 들이쉬고 하는 달리기와 같았다. 그러고 나서, 짧게 내쉬고는 다시 더 노력하고, 더 받아들이고, 더 채워 넣는 것에 익숙했다.


요가를 하면서 처음으로 배운 건, 들숨과 날숨의 비율이었다. 특히, 근육을 이완시키는 호흡을 할 때는 들이쉬는 숨보다 내쉬는 숨을 조금 더 길게 한다. 예를 들어, 들숨이 4초라면 날숨은 6초쯤. 이 단순한 차이가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의 속도를 늦춰준다.


들이쉴 때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몸이 깨어나고, 내쉴 때는 부교감신경이 작동하면서 몸이 안정된다. 날숨을 길게 가져가면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긴장이 풀린다는 것이다. 요가에서는 이 생리학적인 원리를 넘어서, 호흡을 삶의 은유로 설명한다. 들이쉬는 숨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행위’(Embrace), 내쉬는 숨은 불필요한 것을 ‘놓아주는 행위’(Letting Go)라고 한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요가 몇 년 했다고 몸에 조금 베인 게 있는 모양이다. 오늘같이 바쁜 날은 특히 호흡을 집중해서 한다. 그리고, 속으로 숫자를 세고, 들이쉬었다 내쉬었다는 몇 번 반복한다.


숨을 내쉰다는 건 단순히 생존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를 비워내고 다시 채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다. 오늘 쌓인 피로와 마음의 찌꺼기들을 한 번의 긴 날숨에 실어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같이 숨을 쉬어봤으면 좋겠다.

숨을 천천히 들이쉬면서 동시에 숫자를 샌다. 1.2.3.4.

그리고 잠시 숨을 참고,

다시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숫자를 샌다. 1.2.3.4.5.6.


몇 번 더 해보시기를 권한다.



**바쁜 하루를 보낸, 지금 바쁜 하루를 보내고 계신, 곧 바빠질 하루를 맞이할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keyword
이전 26화감정의 교집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