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력서 낼 때 한국이름 있잖아. 그럼 보지도 않아. 그냥 패스당하는 거야. 너 이름 뭐 할래.
영어학원이었다. 나는 에이미와 제니 중에 어떤 이름을 내 영어이름으로 할지 고르고 있던 중이었고, 내 옆에 앉아있는 애 하나가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애가 한 말이었다. 캐나다에서 한국이름으로는 절대 취업하지 못할 거란 말.
고뤠?
내 안에 비비 꼬인 꽈배기 버튼이 눌린 것도 그때였다.
"나 그럼 영어이름 안 해. 내 이름으로 할래."
"야, 네 이름 걔네들이 발음도 못할걸. 너 캐나다에서 일 못한다니까."
"아니 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리고 내 이름 영어에도 다 있는 건데. You 하고 Young 얼마나 쉬워. 나 그냥 한글이름 할래."
그게 시작이었다. 캐나다에서 17년 이민생활동안 영어 이름 없이 한글이름을 쓰게 된 건.
캐나다 사람들은 나를 일영이니 유잉이니 유엔으로 불렀다. 얼핏 들으면 중국말처럼 들리기도 했던 그 이름. 나는 그때마다 그들의 발음을 고쳐주었다. You are young. Youyoung. 그게 내 이름이에요. 내가 그렇게 자기소개를 하면 사람들은 모두 좋은 이름이라며 너는 늙지도 않겠다. 이름은 누가 지어준 거야. 정말 잘 지었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렇게 이름을 설명하고 나면 내 이름을 까먹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뉴펀들랜드에서도 나는 한국이름을 썼다. Youyoung Lee. 아빠가 지어준 나의 이름으로 난 아는 사람하나 없고 인맥하나 없는 곳에서 데이케어 취직을 했고 돈을 모았다.
캐나다에서 내 이름으로 산다는 건 참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영어이름 속에서 꿇리지 않고 경쟁할 수 있다는 믿음. 발음이 어려워서 내 이름을 우스꽝스럽게 불러도 괜찮아. 내가 알려줄게. 나는 한국에서 왔고 한국에서 LEE는 흔한 Last name이야. 사람들에게 내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 대해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는 일도 내 멋진 한국이름이 아니었으면 하지 못할 일이었다.
살다 보니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의 한마디에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걸 경험했다. 남들이 모두 김밥을 먹을 때 난 먹고 싶은 쫄면을 먹겠노라노.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야지. 남들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결론은 우리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