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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ple Rain Dec 21. 2024

12월의 감정들

12월, 한 해의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것들

한해의 마지막이 다가오면 언제나 그렇듯 마음 한구석에서 아쉬운 감정들이 천천히 피어오릅니다. 

어릴 땐 12월이 그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의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그 설렘보다는 아쉬움과 걱정, 또 다른 여러 감정들까지 덧씌워져 묘한 감정이 콜라주가 됩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며칠 전,  다이어리를 살펴보니, 첫 페이지에 새해를 준비하며 나름 적어두었던 목표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반은 이루고, 반은 흐지부지되고.. 다이어리를 덮고 고개를 들었을 때 창밖에 낙엽 몇 개가 힘없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낙엽처럼 마음 한구석이 스르르 내려앉고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나를 탓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대로 한 해를 또 보내도 괜찮을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꼭 모든 목표를 다 이루어야만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중간에 포기했던 것들, 반쯤 하다 멈춘 일들조차도 나를 더 알아가게 해 준 흔적이었습니다. 목표를 이루지 못했어도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습니다. 


12월은 항 상 두 얼굴을 가진 듯합니다. 하나는 반짝이는 조명 아래 들떠 있는 거리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다가올 새해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걱정을 드리운 내 마음속 모습입니다.

" 내년에는 잘 될까?"

"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아무도 답해줄 수 없지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닙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불안에는 묘한 익숙함이 있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찾아와 나를 툭툭 건드리는 손님 같다고 할까요?  마치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 않은지, 혹은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지 점검하라는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불안과 걱정은 새로운 길을 준비하라는 내 마음의 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안과 아쉬움 속에서도 12월은 따뜻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게 해 줍니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송년회라는 이름으로 만남을 갖기도 하고, 안부를 전해 보기도 합니다. 


이런 만남들 속에서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기도 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다 보면, 여러 걱정들이 서로의 웃음과 위로로 조금은 덜어지기도 합니다. 12월은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함께 나누며 보내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12월은 한 해의 끝자락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복잡한 감정들이 결국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쉬움은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알려주고, 불안은 준비하라는 마음의 목소리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모든 감정들이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내일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12월은 여전히 아쉽고, 걱정되고, 또 조금은 따뜻합니다. 그 모든 감정이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가며, 나는 한해의 마지막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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