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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이제 가방에 담아볼까요?

by 김수다

여전히 외출할 때 가장 오래 고민하는 건 가방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엔 장소와 의상에 어울리는 가방을 골랐지만, 이제는 무엇을 담고 무엇을 덜어낼 것인지를 먼저 신경 쓴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들었던 많은 가방들이 떠올랐다.


엄마가 사주셨던 투박한 책가방,

어린 시절의 소꿉놀이세트가방,

남자친구에게 선물 받았던 가방,

첫 월급으로 샀던 명품 가방,

엄마의 낡은 가방,

워킹맘이 되어 챙겼던 여행가방,

아이와의 외출가방,

그리고 미처 글에 담지 못했던 수많은 가방들.



여자의 가방은 늘 무거웠다.

딸, 아내, 며느리, 엄마로 살아내기 위해 짊어졌던 모든 역할을 담아야만 했기에.

채우지 못한 시간, 놓쳐버린 순간, 공허함에 비어버린 가방조차도 무거웠다.


한 여자의 세월을 품는다는 건 그런 건가보다.


나의 가방을 모두 열어보니, 이제야 알겠다.

가방은 내 삶이 지나간 자리이자, 잃어버린 나를 다시 담는 여정 그 자체라는 걸.



8명의 작가가 함께 하지 않았다면, 가방을 열어 볼 용기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문장을 통해 각자 자신의 가방을 들여다볼 힘을 얻고, 자신을 담는 법을 배웠다.


이 여정에 감사하며,

그렇게 나는 가방에 나를 직접 담는다.



<함께 하는 작가들>

지혜여니 https://brunch.co.kr/@youni1006

따름 https://brunch.co.kr/@blueprint22

다정한 태쁘 https://brunch.co.kr/@taei2411

김수다 https://brunch.co.kr/@talksomething

바람꽃 https://brunch.co.kr/@baramflower-jin

아델린 https://brunch.co.kr/@adeline

한빛나 https://brunch.co.kr/@growdream

새봄 https://brunch.co.kr/@spring-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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