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휴가로 도시를 빠져나간 사람이 많아서인지 도로가 한산했다. 오전에는 일도 여유가 있었다. 식당도 대부분 문을 닫아 프랜차이즈 수제버거로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 달아오른 보행로와 짙은 가로수 사이로 매미 소리가 시끄러웠다. 여름의 한가운데 라는 것이 실감났다.
그렇게 오후가 끝나나 했는데 일흔 넷의 고객이 찾아왔다.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를 말을 숨 쉴 새 없이 했다. 고함을 지를 때마다 '일흔 넷(-에/인데)' 라며 나이를 밝힌 게 특이했고 배냇버릇인지 한 번씩 오른쪽 어깨가 들썩였다. 한 시간 반 정도 불같이 성질을 부리고 악다구니를 쏟아내더니 돌연 사과를 한 다음 돌아갔다.
쓰레기통이 된 것 같은 기분. 그간 다종다양한 안하무인을 겪었지만 새로운 유형이었다. 더 이상 인간 이해를 위해 애쓰지 말자. 이건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병리와 취약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