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밝은 아이
아이가 돌이 지나자마자 우리 부부는 아파트단지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보내기로 했다. 아이가 어리기에 가까운 곳이 가장 좋았다. 그래야 친정엄마도 편하게 보내고 데리고 올 수 있었다.
등원 첫날이지만 난 회사에 가고 친정엄마가 데리고 어린이집을 가셨다. 보통 처음 가면 몇 시간 안 되어 데리고 오는 게 일반적이라 혹시나 울거나 떼쓸까 봐 잠깐만 갔다 오기로 했다.
친정엄마는 자기 몸 만한 빨간색 가방을 멘 아이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때는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컸다. 이제 일 년 살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게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점심까지 먹고 첫날부터 풀타임을 지내고 4시에 왔다. 전혀 낯을 가리지도 않고 수많은 장난감과 친구들 사이에서 신나게 놀고 왔다.
첫째는 정말 태어나서부터도 참 조용하고 잘 웃으며 잠도 잘 잤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진짜 편하겠다며 아이가 정말 순하다고 했지만 정작 아이를 보는 친정엄마는 힘들다고 했다. 차에서 잠이 들면 식당에 바구니 카시트를 들고 와도 너무 잘 자는 아이였기에 난 식사도 편히 할 수 있었다. 첫 아이를 보며 천성이란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부터 잘 자고 잘 웃는 아이였다.
천성과 함께 온화한 친정엄마의 보살핌이 더해져 아이는 마냥 행복한 얼굴로 자랐다. 나는 시댁으로 가시밭길이었지만 다행히 아이는 그런 엄마의 속을 썩이지 않았다.
그 천성은 어린이집에서도 빛을 바랐다. 첫날부터 울지도 않고 싱글벙글 웃으며 원장선생님의 마음을 다 차지하고는 오후 늦게까지 재밌게 보내고 온 것이다. 어린이집도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봐주셨다.
첫째의 사회생활 첫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보내기 전부터 난 워킹맘이라 못 챙겨주는 게 안쓰럽고 서글펐는데 보내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오감을 사용하며 즐기고 있었다. 하루 종일 돌보던 친정엄마도 여유가 생기셨다. 모두가 윈윈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참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알게 되는 것이 많다. 내가 태어나기 전 친정엄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태어나고는 내가 엄청 울었다며 나보고 별났다고 해서 아이가 태어나서 나를 닮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웃고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성격이 있다는 걸 느꼈다. 항상 생글생글 웃고 자장가를 불러주면 웃으면서 듣다가 잠이들고 한번 잠이들면 세상 모르고 자는 아이였다. 먹기 싫은것도 없이 뭐든 잘 먹고 엄마가 만들어준 이유식도 잘먹는 착한 아이였다. 그나마 매주 가는 시댁에 바쁘고 지치는 나에게 비타민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아이를 꺄르르 웃게 만들고 항상 예뻐해주는 친정엄마의 낙관적인 육아와 진심으로 아이를 돌봐주시는 원장선생님까지 3박자가 고루 맞아 나의 육아는 조금 편해졌다.
사실 출산 때 시어머니의 자연출산 집착으로 수술실 가는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그 모습이 트라우마가 생긴 나는 첫째 이후로는 아이를 낳고싶지 않았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아장아장 걸으며 혼자만 놀고 있는 아이를 보니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형제와 놀고 있는데 내 아이만 혼자인게 보였다. 그때 내 마음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
'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 '
어차피 제왕절개수술을 했기에 둘째가 생긴다면 수술해서 출산해야했다. 그래서 조금씩 둘째에 대한 마음이 커졌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덜컥 말이 씨가 되고 말았다. 첫째의 돌잔치가 지난지 얼마 지나지않아 우리부부 사이에 다시 아이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