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와 함께하는 두 번째 삶
브런치스토리가 벌써 1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야 그 존재를 알게 되었다. 블로그 이웃이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그때 처음으로 ‘브런치스토리’라는 이름을 마음에 새겼다.
나에겐 오래전부터 남들에게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누군가와 공감하고 싶었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 가끔 전자책을 낼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맴돌 뿐이었다. 블로그는 즐거운 일상을 기록하기엔 좋았지만, 내 속마음을 꺼내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글을 쓰려면 사진을 정리하고, 구성을 맞추고, 포장까지 해야 했다. 그렇게 복잡해지면 글쓰기는 점점 버겁고, 결국 포기하게 된다.
그런 나에게 전환점이 찾아왔다. 나처럼 암환자이면서 젊고 예쁜 한 블로거가 있었다. 그녀가 브런치스토리의 작가가 되었다며 기뻐하는 글을 보게 된 것이다. 사진 없이도, 마음속 이야기를 오롯이 글로만 담을 수 있는 공간.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외쳤다.
'그래 바로 이거야! '
난 곧바로 가입을 하였고 10여 년간 써왔던 다이어리를 보면서 옛 기억을 살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픈 과거를 끄집어내며, 아니면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붙잡기 위해 나는 글을 썼다. 오래된 기억을 꺼내 적는 동안 낯선 이들의 댓글이 달렸다. 누군가는 함께 웃어주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함께 울어주었으며, 어떤 이는 분노와 공감을 나누었다. 그렇게 내 글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거의 일들로 난 병을 얻었고 암환자가 되었지만 글을 쓰면서 내가 살아남을 느꼈다. 많은 분들의 공감과 지지로 나란 존재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
글이 나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브런치스토리에서 나는 기쁨만이 아닌 아픔도 겪었다.
나에게 이 공간을 알게 해 준 그 친구. 항암치료 중에도 밝음을 잃지 않고 글을 쓰던 그녀는, 어느 순간 글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글 속에 스며든 고통이 읽힐 때마다 나는 가족이 아픈 듯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의 남자친구가 남긴 마지막 글을 통해 그녀가 하늘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며칠 동안 멍하니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까지 호스피스에서 글을 썼다. 글을 쓰는 순간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마지막 힘이었던 것 같다.
글 쓰는 공간을 알려주어 나를 살게 해 주고는 그녀는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곁에서 말을 걸어오는 듯 생생하다. 그래서 나도 내 인생을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힘든 시간을 글로 적다 보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진심 어린 응원과 걱정을 전해준다. 그 마음들이 나를 다시 살아나게 만든다.
꼭 글쓰기를 배우지 않았어도 난 이제 '작가;라고 불린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브런치 스토리는 나에게 하나의 치유의 공간이 되고 있다. 글이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 이렇게 위로가 되는 일인지 이제야 알았다.
글로 나의 마음의 상처도 치유가 되고 있다. 속시원히 터놓지 못해 마음속에서 맴돌던 이야기들을 그대로 꺼내놓고 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브런치스토리를 더 일찍 알았다면, 내 마음의 짐도 조금은 덜고 덜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라도 시작했으니 충분하다. 앞으로의 10년, 20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또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까 매일 고민을 하게 된다.
때로는 나의 투병일기가 환자들과 보호자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나처럼 시집살이를 겪은 수많은 며느리들에게 공감이 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던 시절도 워킹맘들에게 추억이 되기도 한다.
나의 모든 일생이 글로 표현되는 곳.
브런치스토리는 나의 삶의 일부분이다.
이제 나는 브런치스토리에 과거를 새기며 다짐하고 현재를 새기며 즐기고 있다. 나의 글 실력이 늘면 나의 미래까지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제 아픈 과거는 치유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글을 쓰고 싶다. 진정한 작가가 되고 싶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공감을 일으키는 작가가 되어 기억되고 싶다.
나의 두 번째 삶의 동반자 중 하나가 되어버린 공간의 10년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