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단어로 필연한 문장을 씁니다.
명사
1. 깨었다가 다시 든 잠.
‘그루잠’, 새벽에 대한 글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단어다.
그루잠은 나에게 두 가지 기억으로 다가온다. 하나는 잠자리가 불편하여 새벽에 깨었다가 다시 힘겹게 빠지는 잠. 다른 하나는 실컷 잠을 자고 일어났다가 일어날 이유가 딱히 없어 다시 스르륵 눈이 감기는 잠. 나는 후자의 그루잠을 매우 좋아한다.
나는 때때로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 필요하다. 그런 날에는 밥 먹는 것조차 미루고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저절로 눈이 떠지지만,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다시 잠을 청한다. 잠시 잠에서 깨어났을지라도 기상 후 특별한 일정이 없다는 안도감과 나른함에 빠져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한 잠을 잔다. 걱정이 많을수록 잠을 못 자는 성격인 만큼 앞선 형태의 그루잠은 나에게 정말 달콤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무엇보다 그루잠은 정말 ‘잔 것 같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깨어나지 않고 잠만 자면 잠을 잔다는 사실을 의식할 수 없지만, 중간에 한 번이라도 눈을 뜨게 되면 잠을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인 걸까. ‘잠시 눈 감았다 뜬 것 같은데’가 아닌 잠과 잠 사이에 느꼈던 고요함을 되뇌며 숙면을 취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루잠을 생각하며 어떤 일이든 계속 지속하는 것보다 아주 잠깐이라도 가끔 벗어나는 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지금 가진 것에 대하여 혹은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더 명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무엇이든지 간에 지속적인 환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