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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리뭉실 Oct 23. 2024

[우연사전]: (5) 수다

우연히 발견한 단어로 필연한 문장을 씁니다.

수다

명사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




나는 수다를 떠는 것도 듣는 것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입 밖으로 내 생각을 꺼내기까지 오랜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최소한으로 필요한 말만 하고 싶다. 가볍게 내뱉은 말이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발화한 사실에 대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후회한 경험이 더 괴로웠다.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나는 웬만해서는 쓸데없는, 수다를 늘어놓지 않는다. 무엇보다 말을 하거나 듣는 건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다는 필요하다. 오늘의 내가 특히 그랬다. 참고 담아두었던 단어들은 마음속에서 차곡차곡 쌓이다 한순간 어질러져 엉망이 된다. 더 이상 작은 단어조차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가득 차면 목구멍까지 넘어오고 결국엔 혀끝에 단어가 맴돈다. 그때서야 불가항력적으로 수다가 터지게 된다.


한창 말을 쏟아내면 그제야 마음이 시원해진다. 그때만큼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게 아니라 충전된다. 수다는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것이지만, 그만큼 ‘쓸데없는’ 말을 담아두지 않고 쏟아내는 것이다. 즉, 불필요한 단어와 문장을 수다를 통해 모두 해소할 수 있다.


한편, 쓸데없음의 기준은 무엇일까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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