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나이키, 캐나다에 룰루레몬이 있다면 영국에는 이 브랜드가 있습니다.
할머니의 재봉틀을 빌려 사업을 시작한 소년은 어떻게 영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짐샤크의 성공 스토리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짐샤크는 학생 신분이던 벤 프렌시스가 창업한 피트니스 브랜드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라고요? 그럴 수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공식몰이 없거든요. 하지만 절대 만만한 브랜드가 아닙니다.
짐샤크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13만 명으로, 해외에서는 룰루레몬 보다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입니다.
이렇게 큰 브랜드를 어떻게 19살 학생이 만들 수 있었을까요?
같은 나이 때 저는 이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어 썼는데 말이죠.
창업자인 벤도 보통의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짐샤크를 창업하기 전 벤 역시 또래와 마찬자기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의 취미에 푹 빠져 있다는 것이었죠.
그 취미는 브랜드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웨이트 트레이닝이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는 헬창입니다.
저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퇴근 후 무게를 치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3년 가까이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딱히 불편한 점을 느끼거나 불평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이게 벤과 저의 가장 큰 차이점 같네요.
19살의 벤은 저와는 달랐습니다.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정도로 헬스를 좋아했던 그는 피트니스 의류와 액세서리가 비싸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제품이 시장에 충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을 느꼈습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 더 좋은 제품을 사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제작하로 마음먹었습니다. 덕업일치가 시작된 순간이었죠.
말이 좋아 창업이지, 짐샤크의 시작은 초라했습니다.
19살 벤에게 주어진 사무실은 부모님 집의 작은 방, 작업 도구는 할머니에게 빌린 재봉틀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벤에게는 특별한 무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창업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
벤은 짐샤크를 창업하기 전 이미 6번의 창업을 했을 정도로 경험이 많은 연쇄창업가였습니다.
물론 6번 모두 큰 성공을 하지는 못했지만요.
그만큼 벤은 간절했습니다.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벤은 돈이 없었기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벤은 하루종일 대학 공부와 피자 배달을 했고, 그 외의 시간에는 체육관에서 운동하거나 Gymshark 작업을 했습니다.
초창기 짐샤크는 직접 재고로 보유하지 않은 채 웹사이트에 여러 종류의 보충제를 등록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제품을 보내주는 위탁판매 형식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보통 위탁판매로 돈을 벌면 아이템의 가짓수를 늘려 매출 규모를 끌어올립니다.
예를 들어 보충제로 위탁판매를 시작했다면 쉐이커, 부스터 등을 추가로 판매하며 객단가를 높이는 방식으로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제품을 직접 제작해 마진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죠.
하지만 벤은 위탁판매로 번 돈을 모두 투자해 스크린 프린터와 재봉틀을 구매했습니다. 기존 인프라를 이용한 쉬운 방식의 사업 확장이 아닌, 자신이 불편한 점을 직접 해결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죠.
이 과정에서 벤은 사무실도 옮겼습니다. 기존 부모님 집의 작은 방에서 부모님 집의 차고로요.
제가 벤의 성공 과정을 쭉 훑어본 결과 그의 성공 비결은 단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덕력.
지금 회사, 좋아서 다니시나요?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좋아하던 것도 일이 되면 싫어지게 되죠?
대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좋아서가 아닌, 돈이 되기 때문에 또는 유망하기 때문에 아이템을 선정하고 창업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이러한 이유로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일 하는 것 자체는 즐겁지만 문제는 sns 마케팅을 할 때 주로 발생했습니다.
평소 제가 즐겨 소비하는 콘텐츠의 주제와 제가 판매하고 있는 아이템이 다르다 보니 늘 브랜드와 결이 맞는 인플루언서를 찾는데 애를 먹고, sns 마케팅에도 큰 성과도 못 보고 있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를 연결해 주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서비스는 브랜드와 카테고리가 일치하는 인플루언서를 연결해 줄 뿐 ‘결’까지 맞추어주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벤은 이러한 문제를 손쉽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헬창인 자신이 평소 즐겨보던 헬스 유튜버들에게 팬으로서 자신의 제품을 협찬하는 방법으로요. 그중 렉스 그리핀이라는 유튜버에게 제품을 제공한 것이 Gymshark의 성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이미 하고 있는 기본적인 마케팅 방법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벤이 렉스에게 제품을 제공한 것은 2013년도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초기라고 평가받던 시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피트니스 유튜브의 열혈 한 팬이었던 벤은 구독자와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았기 때문에 단순히 제품을 노출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죠.
먹방 유튜브 좋아하시나요?
저는 제 브랜드를 창업하기 전 요식업 프랜차이즈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만 해도 대형 먹방 유튜버들에게 광고비를 지불하고 영상 몇 개를 연속으로 만들면,
규모가 작은 유튜버들이 조회수가 잘 나온 음식을 따라먹는 트렌드가 있어, 이러한 트렌드를 활용한 마케팅을 많이 했었는데요,
지금은 식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17년도에는 나름 잘 먹히는 마케팅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벤은 4년이나 앞선 2013년에 이런 방법으로 인플루언서를 마케팅을 했으니 그 효과는 더 극적이었겠죠?
단순히 제품을 노출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한 결과 현재는 브랜드 자체 채널에도 68만 구독자를 보유하게 되었는데요,
물론 나이키와 비교하면 구독자와 조회수 모두 적지만, 댓글수가 2배 이상 많은 것을 보면 팬들과의 유대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두 채널의 톤을 비교해 보면, 누가 봐도 각 잡고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느낌이 강한 나이키와 달리 짐샤크는 운동 팁을 전달하는 유쾌한 운동 유튜버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런 짐샤크의 타깃은 명확합니다. 바로, SNS에 자신의 몸매를 뽐내고 싶은 MZ 세대.
이러한 욕구는 짐샤크의 대표 라인업인 심리스 디자인을 통해 충족되는데요,
심리스 디자인이란 원단을 한 조각으로 편직해 제작한 옷으로 재봉선을 최소화해 피부 자극이나 마찰을 줄여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재봉선이 없기 때문에 인체의 곡선 강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성과 움직임의 자유로움을 극대화한다고 합니다. 근육은 더 선명하게, 라인은 더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은 덤이고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수를 보면 짐샤크의 이러한 전략이 잘 먹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심리스 디자인은 신규 브랜드인 짐샤크의 시그니처로 브랜드를 차별화시키고 시장을 개척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심리스 제품의 성공은 다른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쳐, 심리스 디자인은 점차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죠.
재미있는 사실은 심리스 디자인 역시 벤의 덕력 덕분에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앞서 벤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옷이 없어 짐샤크를 창업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죠? 심리스 디자인은 자신이 만든 브랜드의 옷을 입고 운동하던 중 까끌한 봉제선이 운동에 방해를 준다고 느껴, 봉제선을 없애며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창업자가 헬창이 아니었다면 짐샤크는 지금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짐샤크의 성공 스토리를 쉽게 이야기하자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직접 만들어 자기가 평소에 구독하던 유튜버에게 협찬을 해줬는데 대박이 났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옷을 입고 운동을 하는데, 봉제선이 거슬려 없앴더니 업계의 표준 디자인이 되었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