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주는 쓸쓸함 속에
요즘 들어 아침 공기가 부쩍 차가워졌다.
출근길 코끝이 시리고, 퇴근길 해는 점점 짧아진다.
이맘때쯤이면 누구나 마음 한편이 조금은 허전해진다.
아침이면 정신없이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쳇바퀴 같은 일상 속을 살아가지만
문득 창밖의 노을이나 낙엽을 보게 될 때, 가끔은 이유 없이 마음이 울컥한다.
바쁘게 살아가느라 잊고 있던 감정들이
차가운 바람을 타고 다시 돌아오는 계절, 그게 바로 가을이다.
가을은 참 묘한 계절이다.
쓸쓸한데, 또 그 쓸쓸함이 나쁘지 않다.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게 하고, 잠시 멈춰 서서 지금의 나를 살펴보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계절을 좋아한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견디는 것’에만 익숙해진 사람들 인지도 모른다.
직장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스스로의 감정보다 효율과 역할을 우선시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의 온도가 몇 도인지 잊고 살고 있었을 것이다.
가을의 쓸쓸함은 그 잊고 있던 온도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조금 외롭고, 조금 그립고, 조금 불안한 마음.
왠지 모르게 기분 좋았던 날들.
그건 내가 예민하고 나약한 것이 아니라,
‘아직 감정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증거 아닐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깐의 여유를 허락해 보자.
퇴근길 하늘을 올려다보고,
커피 한 잔을 느긋하게 마시고,
창가에 앉아 노래 한 곡을 듣는 시간.
그 짧은 틈이 마음의 고요를 찾게 만든다.
가을은 우리에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건넨다.
다소 느리고, 다소 쓸쓸해도 괜찮다고.
그 고요한 위로 속에서
우리는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오늘만큼은 나도 내려놓고
잠시 여유를 찾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