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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통의 삶

그렇지 않을 수도

제인 케년의 시를 리라이팅 했습니다.

by 쉴만한 물가

큰 아이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일어났습니다.

튼튼한 두 다리로 동네를 한 바퀴 달리고 들어왔지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두부와 쪽파, 팽이버섯을 잘게 썰어 넣고 미소된장국을 끓였어요.

전날 만들어둔 볶음 쌈장에 반숙 계란을 얹어 아이들에게 아침을 차려주었습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학교에 가는 아이가 문 앞에 택배가 와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며칠 전 주문했던 식재료들 두 박스가 도착해 있었어요.

방울토마토, 오렌지, 자몽등과 냉동식품들을 정리하니

냉장고 냉동고 할 것 없이 식재료로 가득 찼습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약속 시간이 되자 집사님들이 차례로 우리 집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속회 예배를 드리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지요.

받은 은혜를 나누며 함께 식사를 했어요.

둘째 아이가 만들어둔 쿠키와 함께 티타임도 가졌습니다.

그리 오래지 않아 우리는 헤어져야 했어요.

제가 일하러 가야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오후시간에는 일을 했고 들어야 하는 수업을 두 시간 들었더니 금새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큰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우리 둘은 하얗고 동그란 식탁에서 저녁을 먹었어요.

한 시간 텀을 두고 둘째 아이와 남편이 돌아왔어요.

두 사람은 햄 반찬을 공평히 나누어 먹으며 저녁식사를 마쳤지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하루를 마치는 밤 시간.

평소보다 분주한 하루라 고단함이 몰려왔지만

하얗고 동그란 식탁 위에 노트북을 켜고 앉아 나의 하루를 돌아보았습니다.

꽉 찬 일정만큼 만족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처럼 풍성한

내일을 꿈꾸었죠.


그러나 나는 알아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만족스러운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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