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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통의 삶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것들

by 쉴만한 물가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부드러운 것은 엄마의 손이다.

그녀의 손을 언제 만졌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되었지만 그녀를 떠올릴 때면 포근히 감싸 안아주는 듯한 그녀의 손길이 느껴진다.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다정한 것은 까만 눈동자다.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바라볼 때면

길가에 핀 꽃을 마주할 때면

내 마음에 꼭 맞는 책을 만날 때면

까만 눈동자는 세상의 모든 어두움을 몰아내듯

영롱해진다.



내가 가진 것 중에

말없이 빛나는 것은 진회색 러닝화다.

매장에 진열된 하얀색 러닝화는 반짝거리고 예뻤지만 계절의 변화를 견디기에 회색 운동화만큼 완벽하진 않았다.

미래의 나를 위한 시간을 지탱해 주는 '너'는

여전히 빛나고 있어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고요한 것은 목소리다.

인정욕구, 다툼, 불평, 판단, 잔소리엔 앞장서 소란을 떨지만 친절과 용기, 사랑을 전해야 할 때는 한없이 고요해지는 너



내가 가진 것 중에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은 마음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느껴지는 것들을 가장 먼저 품게 되는 마음

무릇 지킬만한 것들 중 마음을 지키라는 말씀을

오늘도 마음에 새긴다.



나를 지탱해주는 회색운동화야, 오래도록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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