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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by 이종열

나무는 겨울에 빈손이다

꽃은 새벽 안개로 사라지고

잎은 뼛가루 되어 바람에 날린다

열매의 숨결마저 멀리 떠난 뒤,

이제 남은 것은 한 줄기 고요

그 고요의 밑바닥에서 봄이

미세한 입김으로 꿈틀거린다

새싹의 예감, 초록의 무게,

열매의 그림자까지

가지 끝에 희미하게 걸려 있다

겨울나무는 자유한가

욕심 털어낸 빈 주머니에

바람이 드나들고,

그 틈 사이로

자유가 잠시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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