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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매이는 자 Nov 11. 2024

November 11, 2024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은 11월 11일이다.

11월이 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3분의 1 이 지나버렸다고 그녀와 이야기했다.


시간이란 참 기묘한 것이다.

그녀와 대화를 할 때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

그녀를 보고 있을 때는 시간이 멈춘 것 같다.

그녀와 함께 있지 못할 때는 시간이 너무 느리다.

그녀가 없는 시간은 너무 아깝다.

그녀와의 시간은 내게 제일 소중하다.


어젯밤 잠들기 전, 잠에 든다고 문자를 못 보냈다.

그녀는 내가 변했다고 농담으로 핀잔을 준다.  미안했다.


나는 변하긴 했다.

나는 너무 사랑에 빠져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그녀도 많이 변했다.

변하겠다는 경고의 말 한 마디 없이, 오롯이 나의 사람이 되어주었다.

기꺼이 삶의 모습을 바꿔주었다.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우리 젊었을 적, 아니 어렸을 적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어리고 젊던 내가 그립단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더 사랑한단다.


나도 그녀가 그렇다.

나는 어리고 젊던 그녀를 좋아했지만, 지금의 그녀를 사랑한다.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다 해도, 20년 전의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다 해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그녀가 그녀의 인생 중 제일 아름답다.  그리고 내일은 더 아름다울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게 틀림없다.


그녀는 오늘 바쁘고 힘든 하루를 보냈다.

목소리만 들어도 그녀의 힘듦이 묻어나온다.

그런데도 내게 길게 목소리를 들려준다.  말할 힘조차 없는 것 같은데, 내 지루한 이야기를 몇십 분이고 들어준다.


나는 집 안이 제일 좋은 사람이지만, 집에만 있으면 잡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그녀는 조금 걱정하는 말투이지만, 그녀가 보고 싶어서 힘들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누군가가 보고 싶어서 이렇게 힘들어본 적은 없다.

아아, 나는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하지만 그 힘듦이 우리 관계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사랑은 어려운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에 하나다.


나보다 1,000배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세상에 널려있어서 우리에게 질투를 유발하듯,

우리는 단 한 번도 싸우거나 부딪히지 않고, 몇십 년을 사랑하고, 커플로서 완벽한 커플들을 보게 된다.

나도 분명 그만큼 나의 사람을 사랑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왜 저렇지 못할까 자책한다.


소셜 미디어에는 커플은 어때야 하고, 남자는 어때야 하고, 여자는 어때야 한다는 말의 홍수이다.

배울만한 부분도 있고, 좋은 정보도 있고, 나의 생각을 넓혀주는 효과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답이란 없다.


정답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아름다운 사랑의 여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녀와 내가 10년 후 어떤 모습일지, 아직 서로 사랑하고 있을지, 나의 바람대로 함께 삶을 마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걸어가는 이 길이 내가 원하는 유일한 길이다.


어떤 결말이라 하더라도 그녀를 똑같이 사랑했을 것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내가 잠들때 잠에 든다고 알려주지 못해서 더욱 안아주고 싶었고,

본인이 잠들 때는 너무나 피곤한데도 꼭 목소리를 들려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로 하루를 시작하고 나로 하루를 닫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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