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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라해 Nov 11. 2024

다정함이 강한 세상

그냥 글이 써졌어




한때는 다정함이 나에게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돌아가신 친할머니께서 “민창아 착하게 살면 안 돼”라고 말씀하셨던 이유가 어려서부터 다정해 보이는 내 모습이 보이셨나 보다. 상대방에게 던지는 다정함으로 나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던졌던 호의가 권리인 마냥 다정함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랑했던 연인들도 이런 내 모습이 부담이라고 이야기했던 적도 있다. 이 정도의 다정함도 부담으로 느낄 정도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따뜻하지 않구나. 타인의 따뜻함을 부담으로 느끼는 세상이기에 긴장의 연속이구나. 그래서 다정함을 멈추려고 노력했던 순간이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긴장을 하고, 무의식적으로 던지는 감정을 잠깐 멈추고 생각하는 습관도 생겼다.


그럼에도,

나는 다정하고 싶다.

아무리 내가 부담이라고 해도 상대방에게 부담이 안 되는 선에서 내 온기를 뿌리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도움을 주고 싶고, 콩 한쪽 반으로 나누기 어려운 세상이라면 반 쪽으로 나누지 않고 통째로 그냥 주고 싶다. 차갑고 냉정한 게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옆에 사람을 두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걸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움을 줄 수 있는대도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이 보기에 부담스러워도,

못 나보여도,

약해 보여도.

그럼에도 다정함을 선택하는 사람이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제주도, 10월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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