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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라해 Oct 28. 2024

봄은 내가 먼저 만질래

그냥 글이 써졌어

모두가 사랑을 하고 있는 낭만가일 때 이런 생각은 한 번쯤 해보지 않았니.

나 자신이 사랑하는 그에게 쉼이 될 수 있는 들판이었으면 좋겠다고. 

아무리 힘든 하루였어도 나를 보면 조금이나마 편안한 밤을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그러기 위해 그 사람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날씨를 상관하지 않고 뛰어가고,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은 가지고 갔나?' 생각도 해보고.  

그런 노력 끝에 그 사람이 "네가 내 삶에 힘이 돼"라는 말을 들으면 세상의 모든 걸 얻은 기분을 느끼겠지. 내 삶에 그 사람을 천천히 스며들게 하는 것. 

그것이 사랑에 가장 큰 이유이자 의미겠지.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사랑만 가득한 해피엔딩이길 바라지만, 

한 번의 기적 같은 행복의 경험으로 찾아오는 불행을 이겨내는 게 인생이지 않을까 싶어.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살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갈급함이 해소되지 않고 불안과 부정의 감정이 벅차오를 정도로 찾아오는 현실. 

그 안에서 좁고 좁은 방일지언정 나를 정말 품에 안고 쉼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있다면 

그것만으로 넉넉하진 않아도 행복한 삶이고, 

잘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내가 넉넉하진 않아도 가파른 세상살이에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쉼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욕심을 가지자면 너보다 조금더, 하루라도 빨리 봄을 만지고 싶어. 부정과 닮은 겨울을 찬 바람 불어와도 견디고 비로소 봄을 네가 마주할 때, 찬 바람에 익숙한 네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싶기에. 슬픔을 이겨내고 찾아온 봄에 이왕이면 너를 혼자 두고 싶지 않은 내 욕심이기에.

이태원, 11월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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