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복이 옵니다.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돌덩이 깨뜨려 돌멩이, 돌멩이 깨뜨려 자갈돌, 자갈돌 깨뜨려 모래알.” 어릴 때 자주 부르며 놀던 노래입니다. 그 노래를 들으면 꼭 이 글자가 생각납니다. 바로 ‘깨뜨릴 파(破)’인데요. 동물의 가죽을 끝이 뾰족한 돌로 두드려 가죽을 나눈다는 의미의 글자라서 ‘깨뜨릴 파’입니다. 그 쓰임에 따라 둘로 쪼갤 수도 있고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갤 수도 있지요. 여러분은 혹시 뾰족한 돌로 쪼개고 싶은 대상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순간에 그것을 깨뜨리고 싶으신가요?
깨뜨릴 파(破) : 돌 석(石) + 가죽 피(皮)
겨우내 얼어 있던 땅속의 흙들은 원래 하나가 아니었음에도 똘똘 뭉쳐 있습니다. 주위의 낮은 온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지요. 그 온도를 삶의 경험으로 비유해 보았습니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나 실수에 대한 지적, 편견 등은 마음의 온도를 조금씩 떨어뜨립니다. 온도가 내려가면 몸은 자꾸만 안으로 파고들고, 결국 움츠러듭니다.
그렇게 내내 겨울인 듯 웅크리고만 있는 시간들. 언제까지 이대로 있어야 할까 싶지만, 겨울은 결국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길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겨울은 언제 끝이 날까요? 추위가 정점을 찍고 더는 참을 수 없다 싶은 그때, 가장 어두운 새벽을 뚫고 동이 틉니다. 즉, 가장 추웠던 겨울이 바닥을 찍으면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이 옵니다. 봄비가 내려 땅을 촉촉이 적셔주면, 얼어 있던 흙은 아주 조금 틈을 허락합니다. 그 틈이 생겨야 비로소 쟁기나 고무래가 그 속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지요. 비집고 들어가야 굳어 있던 땅을 뒤집어 갈아줄 수 있고, 그제야 땅은 깊게 호흡하기 시작합니다. 바닥 끝까지 숨이 들어가 생기가 돌면, 숨어 있던 돌덩이도 꺼내어 골라내고 뭉쳐 있던 흙도 부드럽게 깨어납니다. 그래야 새봄의 싹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땅이 숨을 쉬듯, 사람의 마음도 숨 쉴 틈이 필요합니다. 차가운 시선과 편견으로 굳어진 마음은 어느새 얼굴에 드러나지요. 아무리 숨기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두드려 깰 수 있는 지혜가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도 있고, 실천할 용기도 있습니다. 한자의 ‘깨뜨릴 파(破)’에 ‘얼굴 안(顔)’을 더하면 ‘파안(破顔)’이 됩니다. 얼굴을 깨뜨린다는 뜻이지만, 이는 굳은 표정을 부드럽게 풀어준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그 지혜와 용기와 따뜻함으로 마음속 깊은 겨울을 녹여낼 수 있습니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자 세월의 기록입니다. 걱정과 불안, 긴장으로 겨우내 언 땅처럼 단단히 굳은 얼굴에 봄의 생기를 불어넣는 일, 그것이 바로 파안입니다.
파안(破顔) : 얼굴빛을 부드럽게 하여 활짝 웃음
그렇다면 어떻게 얼굴을 갈아엎을 수 있을까요? 방법은 마음에 쟁기질을 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쟁기질을 하려면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어야 합니다. 그 따뜻한 공기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마음에서 생깁니다. 그러면 차갑게 굳어 있던 얼굴의 표정은 서서히 풀어지고, 마침내 쟁기질을 마친 듯 부드러운 파안이 됩니다.
그렇게 파안이 되어야 비로소 ‘소(笑)’가 피어날 자리가 생깁니다. 그러나 파인이 되었다고 처음부터 큰 웃음(大笑)을 기대할 순 없습니다. 미소(微笑)가 조금씩 경계를 무너뜨리고 신뢰가 자라야, 함소(含笑)와 담소(談笑)를 지나 대소(大笑)에 이를 수 있습니다. 웃음을 뜻하는 ‘소’라는 글자를 보면 눈썹이 휘어지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채,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는 하회탈이 떠오릅니다. 글자를 보고 있노라면 얼굴 근육이 이완되고 마음이 다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글자처럼 소소하게 따라 웃게 됩니다. 입까지 크게 벌리고 일부러라도 소리 내어 웃으면, 그날의 힘든 일들이 모두 녹아내리는 듯하지요.
대소(大笑) : 크게 웃음
미소(微笑) : 소리 없이 방긋이 웃음
함소(含笑) : 웃음을 머금거나 웃는 빛을 띰
담소(談笑) : 웃으면서 이야기함
그렇게 언 땅도 녹게 만드는 파안대소(破顔大笑)가 완성됩니다. 파안대소는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녹이는 힘을 지닙니다. 어찌 웃는 얼굴 앞에서 인상을 찌푸릴 수 있겠습니까. 파안대소는 내 마음의 살얼음을 녹일 뿐 아니라, 상대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듭니다. 이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통하는 최고의 지혜이자 기술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협상의 방법이 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행복해서 파안대소하는 것이 아니라 파안대소하다 보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말처럼, 웃음은 마음을 갈아엎고 삶을 부드럽게 만드는 가장 따뜻한 쟁기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