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을 실천하는 삶
삼투압(滲透壓) 현상이란 농도가 다른 두 액체를 반투막으로 막아 놓았을 때, 용질의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농도가 높은 쪽으로 용매가 옮겨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때 물의 이동을 막기 위해 필요한 압력이 바로 삼투압니다. 즉, 삼투압은 단순히 물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등장을 유지하려는 자연 현상입니다. 또한 삼투압은 농도와 온도에 비례하여 더 진한 용액일수록, 더 따뜻한 환경일수록 삼투압은 커지게 됩니다.
- 저장(低張) : 한 용액(溶液)의 삼투압(滲透壓)이 다른 용액(溶液)의 삼투압(滲透壓)에 비(比)하여 낮음.
- 등장(等張) : 두 용액(溶液)의 삼투압(滲透壓)이 서로 같음.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김장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는 것입니다. 배추 세포 안의 물은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농도가 높은 소금물 쪽으로 이동을 합니다. 이 이동은 등장에 이르게 되며 그 결과 배추는 숨이 죽고 부드러워지며 양념이 속까지 잘 스며들게 됩니다.
영어 모의고사 지문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을 설명한 자료를 읽었습니다. 물고기는 물을 섭취하는가의 의문에서 시작한 연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더 농도가 진한 쪽이 다른 쪽을 흡수한다는 내용입니다. 때문에 바닷물은 물고기 체내의 수분을 계속해서 흡수하고 물고기는 그로 인한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바닷물을 마시게 됩니다. 동시에 흡수된 바닷물의 과도한 염분은 배출함으로써 적당한 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닷속의 소금을 모조리 흡수하게 되어버릴 테니까요.
*2025년 10월 고2 경기도 교육청 학력평가 36번 지문
먹느냐 먹히느냐. 적당히 어느 선에서 그 균형을 유지하느냐. 그 균형점을 우리는 알고 있는가. 자연현상과 과학적 원리를 읽고 있다 보면 이것이 삶의 진리이구나 싶은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삼투압이나 물고기에게 물이 필요한 원리처럼 말이지요.
어떤 생명체이든 각자가 가진 자신의 몫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데 그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욕심을 내어 더 가지려고 애를 쓰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이며 바닷속의 물고기가 바닷물을 먹고 마시어 자신의 소금의 농도를 올리면 바닷물의 소금을 더욱더 흡수하게 되어 몸집은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겠으나 그 농도의 한계를 거스르는 순간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바닷물마저도 흡수하게 되어 스스로를 망치는 지름길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한자 참여할 참(參)은 모르다를 뜻하는 글자와 사람, 그리고 털을 뜻하는 글자가 합쳐져 모르고 모르는 사람이 머리카락(털)처럼 수많은 일에 참여한다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참석하다 참여하다'라는 글자의 뜻으로 나란히 줄지어 앉아 집회에 참여하는 수많은 사람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글자입니다. 그래서 간여하다, 탄핵하다, 빽빽이 들어서다, 무리라는 뜻으로 확장하여 해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
- 참여할 참(參) : 厽(담쌓을 루(누)) + 人(사람 인) + 彡(터럭 삼)
이 참여할 참에 물 수(水)를 더하면 스며들다는 뜻을 가진 스며들 삼(滲)이 됩니다. 물처럼 여려 사람이 스며들어 관여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더하여 '새다, 흘러나오다, 배다'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어떤 일이든 무한대로 스며들 수 없으며 어느 적정한 선 이상으로는 스며들지 못하고 흘러나온다는 뜻으로도 해석해 봅니다.
- 스며들 삼(滲) : 氵(삼수변 수) + 參(참여할 참)
마음을 더하면 어떠한 뜻이 될까요. 마음이 시키는 대로만 참여하면 참혹해진다라는 경고의 메시지일까요. 참혹할 참(慘)이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다른 사람 마음에 내 마음대로 계속 간여하면 서로가 참혹해진다는 뜻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간섭(干涉)'라는 글자가 마음과 마음사이에 놓여있는 강을 함부로 건너는 뜻을 가지고 있듯이 '참여'라는 것은 자리를 보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 곳이나 아무 때나 지나치게 참여하는 것은 안 좋은 결과가 이어짐을 뜻합니다. 그러나 '적당히'라는 수준의 경계선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참 다를 것입니다. 중도(中道)를 아는 것, 등장(等張)의 개념을 알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한 번에 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마음속에 새겨두고 계속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 참혹할 참(慘) : 忄(심방변 심) + 參(참여할 참)
참여할 참에 풀을 더하면 삼 삼, 우뚝할 삼(蔘)을 나타내는 글자가 됩니다. 인삼에 왜 참여할 참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을까요. 인삼은 여러 가지 효능을 가지고 있어 건강에 좋게 작용을 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또 나무가 높이 솟은 모양으로 '우뚝하다, 넓고 크다'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적 인삼과 꿀, 우유를 갈아 주신 어머님의 마음이 이와 같을까 싶습니다. 두루두루 건강하게 자라 넓고 큰 뜻을 펼치는 우뚝 솟은 사람이 되라고 말이지요. 이런 삼을 넣어 만든 닭요리가 삼계탕입니다. 여름철 가장 더운 날 삼계탕을 먹음으로 더위를 잘 이겨내라는 뜻인데 그렇게 어릴 땐 삼만 골라내고 먹었네요. 지금은 입장이 바뀌어 아이와 남편 식사에 올려주면 좋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 삼 삼, 우뚝할 삼(蔘) : 艹(초두머리 초) + 參(참여할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늘, 언제나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려 하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흡수하려 애쓰며 발버둥 치고 살아가고 있는 중은 아닌지 의심해 봅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보면 싯다르타 조차도 자신의 아들 싯다르타를 어찌하지 못하고 참으며 인내하다 어느 순간 깨닫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것은 자기가 실천으로 옮길 수 없는
그런 앎에 불과하였다.
알지만 아는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마음. 세상에는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수많은 앎이 있다는 생각도 또한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싯다르타 조차 실천하지 못한 앎을, 내가 오늘 실천하지 못했다고 너무 자책하진 말아야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
단지 삼투압 현상에서 알 수 있는 그 막의 존재,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강이 존재, 그 존재를 넘어선 순간에는 참혹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단순히 알고 있음으로 언젠가 실천으로 옮길 근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작은 위안과 위로의 말을 남기고자 합니다. 참 쉽지 않습니다. 잘 산다는 것이 말입니다. 제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