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독기의 신입사원
패션 꿈나무? 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처음부터 바이어로 입사를 하셨어요?”였다.
엄밀히 말하면 처음부터 바이어로 입사를 하는 사람은 없다. 신입사원들은 3개월 남짓의 제법 긴 트레이닝 기간을 거치게 되는데 삼성의 모든 신입사원들을 모아놓고 ‘삼성이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합숙 트레이닝이 그 첫 번째였다. 이 합숙을 끝내고 난 신입사원들은 일명 '삼성의 파란피가 흐르는' 신입사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 이후엔 각 계열사 별로 흩어져 직무 관련 교육을 받고, 매장 판매 실습을 거치면 이제 팀 배치를 앞둔다. 이때가 굉장히 머리가 아픈 데 가고 싶은 팀이 있다고 해도 사실 그 팀에 TO가 없으면 소용이 없고, 하나의 자리에 여러 명이 지원을 해도 복잡해진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미래는 꽤 심플했다. 나의 관심사는 오직 비이커뿐이었다. 그냥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거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비커팀에 간다면 어떤 브랜드를 바잉하고, 어떤 행사를 해야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많았다.
인사팀 면담 때도, 그리고 주변 신입사원 동기들한테도 ”나는 꼭 비이커팀에 갈 거야 “라고 무언과 유언의 가스라이팅?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당돌함에 치기 한 스푼이 추가된 신입사원이었다.
무얼 시켜주시던 그에 딱 맞는 '커스텀 생지데님 같은'사원이 되겠다던 신입사원은, 이미 마르지엘라와 콜라보가 정해져 있는 h&m처럼 굴었다. 비이커가 나의 운명이라 생각했으니까.
밀라노 교환학생을 통해 접해 본 해외 패션위크의 모습들, 옷거리를 통해 함께 토론하고 나눴던 얘기들, 에이랜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짧게나마 경험해 본 편집매장의 구조, 비이커팀에서의 인턴 경험까지 나는 그걸 나의 스토리로 만드는데 노력했다.
진심은 통한 듯싶었고, 타이밍과 상황이 맞아 비이커팀으로 배치받을 수 있었다.
팀에 배치받고 몇 주 안되어 알게 되었다. 비이커팀이 그 당시 모두가 기피하는 팀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