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 첫 출장 데뷔
바이어가 되면 무조건 해외 패션위크 출장부터 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사무실에서 배워야 하는 많은 일들이 있고, 또 실제로 모두가 출장을 가서 자리를 비우면 빠르게 해결되지 않는, 그래서 누군가는 사무실을 지켜야 하는 일들이 많다.
비이커는 워낙 다양한 국가의 많은 브랜드들을 바잉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장이 잦은 부서였다. 그리고 1년에 크게 2개의 시즌이 있는 남성복에 비해 여성복은 1년에 4개의 시즌을 바잉 해야 했고, 유난히 더 출장이 잦았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출장을 가는 선배님들이 삶이 너무 피곤해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나는 언제쯤 바잉 출장을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부러워했다. 나의 마음을 읽은 선배님들은 “나중에 지겹도록 출장 갈 테니 지금을 즐겨”라며 위로하곤 했다.
2016년 5월, 입사 3년차 나에게도 드디어 첫 출장의 기회가 왔다. 1박 일정의 도쿄 출장이었다. 기대에 부푼 나는 출장에 필요한 시즌 자료들을 전날까지 외우다시피 보면서 공부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도쿄의 한 브랜드 쇼룸. 다음 시즌에 나올 옷들이 컬러별로 스타일별로 빼곡하게 걸려있는 모습, 그리고 그 옷들의 모든 정보를 담은 라인시트, 각기 다른 나라의 샵에서 온 바이어들이 옷을 보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들이 정말 신기하고 재밌었다.
“와 나도 이제 드디어 진정한 바이어가 된 것 같아!”
생각도 잠시 나의 첫 출장 경험은 그리 낭만적인 편은 아니었다. 바잉 하는 브랜드 중 제법 큰 규모였기에 하루 종일 쇼룸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고 눈은 옷과 모델을 보고, 손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오더를 쳐내려 갔다. 점심은 당연히 쇼룸에서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오더가 끝나고 나니 해가 지고 있었고, 첫 출장의 긴장과 설렘과 바쁨을 한 번에 쏟아붓고 난 하루의 끝은 너무나도 고단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선배님들이 했던 말씀처럼 지겹도록 출장 가는 라이프를 살게 되었다. 더 자세하고 긴 출장 얘기는 다음 편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