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2 취향의 비율
바잉을 할 때 가장 중요하면서도 주의해야 할 것이 바이어의 취향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의 부분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바잉 할 때 적용하는 데이터와 취향의 비율을 평균 내어 본다면 90:10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95:5에 가까울 수도.
여기서 데이터는 기존 판매 동향을 수치화한 자료를 말한다. 작은 규모의 편집매장이라면 좀 얘기가 다르겠지만 비이커는 플래그십 매장 3개, 전국 백화점 매장이 20개가 넘는 규모의 편집매장이었기에, 그 어디보다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었고, 어떻게 보면 가장 Mass target의 taste를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내가 얼마나 트렌드에 민감하고 감각적인 사람인지는 전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가장 트렌디한 스토어‘이기보다는 ‘가장 많이 팔 수 있는 것을 예측해서 집중 바잉하는 스토어‘ 이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수년간 쌓인 판매 데이터를 면밀하게 분석하고(quantatative), 매장과 소비자의 의견을 들어서(qualitative) 다음 시즌에 어떻게 적용할지 파악하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만 바잉 하면 재미없다. 작년에 잘 팔렸다고 올해도 잘 팔리리란 보장도 없다. 누구보다 분석적이어야 하지만 또 누구보다 트렌디한 눈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했다.
“멀티 브랜드 스토어가 재미 없어지는 순간 끝이다.”
난 항상 이렇게 생각했고, 고객들이 올 때마다 새롭고 재밌는 여성복이 있는 매장을 만드는 것이 바이어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패션은 “판타지”를 버리는 순간 끝난다고 생각했던 나는 나의 취향이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가져가야 할 트렌드라고 얘기할 수 있는 근거들이 필요했다. ”취향“을 개인의 취향이 아닌, 새로운 것을 어떻게 트렌디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노련함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제일 트렌디한 사람’이 되기 위한 페퍼유의 노력은 다음 편에 계속..
갑자기 가기 계발서 느낌이 된 나의 밀린 일기 괜찮은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