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6 삼성 1호
삼성물산 최초로 보이스피싱을 당했던 내가 삼성 전체 관계사에서 1호 타이틀을 가진 게 있다.
바로 코로나 확진 1호 직원이다.
모두가 기억하는 2019년 11월쯤 신종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오고, 2020년 1월이었나 대구에서 집단 감염이 있었다. 회사는 해외 사업부의 출장을 전면 금지하려 했으나, 멀티숍 바잉만 예외를 두었다. 워낙 다양한 브랜드를 보고, 신규 브랜드도 발굴해야 했기에 출장을 허기하는 대신, 인원을 최소화했다.
2020년 2월, 바이어 3명이 마스크를 꽁꽁 싸매고 파리로 향했다. 당시 파리에도 조금씩 감염자들이 생기고 있었지만 만난 파트너들 대부분 신종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지 못해 만날 때마다 그저 아이스브레이킹 정도의 소재 정도로만 삼았다.
유독 조심스럽고 조용했던 출장이 끝났다.
적어진 출장 인원으로 정리할 게 많았던 나는 목요일 귀국, 금요일 출근 후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혼자 회사에 출근했다. 일요일 밤이 되어 퇴근하고 너무 피곤하여 바로 자고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는데 온몸이 쑤시고 오한이 심했다. 출장 직후라 바빠서 출근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갈수록 아파오는 통에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 없어 회사에 반차를 쓰겠다고 얘기하고 혹시 모르니 검사를 받았다.
다음날 검사 결과 문자가 왔다.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입니다"
당시에 너무 당황+믿을 수가 없어서 양성이라는 단어 뜻을 검색해 봤던 것 같다.
그리고 바로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셀카를 하나 찍어서 보내주고(왜였는지 모르겠음), 구급 대원들이 곧 갈 테니 입원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으라 했다. 얼마 안 있어 성북구 7번 확진자는 생애 첫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입원했다.
기억하겠지만 당시에는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했다. 공개된 나의 동선을 보고 모두가 안타까워했다.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나의 동선은 집-회사-집의 반복이었으니까.
토요일에는 친구들이 회사 근처에 와서 좋아하는 평양냉면 집에 가서 냉면을 먹었고, 일요일에는 혼자 근무하다가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에 가서 점심엔 쌀국수, 저녁엔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같이 냉면을 먹은 친구들은 2주간 격리되었고, 냉면집과 갤러리아 백화점은 일주일 동안 폐쇄되었다.
금요일에는 정상 출근을 했었기 때문에 같은 건물에서 근무한 사람들은 다 재택근무로 바뀌었고 (나중에 다들 나에게 엄청 고마워했다.) 가족들까지 모두 자택 격리 됐다.
그리고 난 병원 1개월, 태릉선수촌 격리시설 1개월, 집 1개월 총 3개월 동안 밖에 나올 수 없었다.
지겨운 코로나 얘기로 2편까지 쓸 일인지 모르겠지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