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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유의 밀린 일기

ep.30 인플루언서

by 페퍼유

혼자 촬영과 편집을 다 하다 보니 진도가 빠르진 않았지만 유튜브는 나름 새로운 취미로 자리 잡았다. 당시 회사에서 유튜브 채널을 하는 사원들이 많이 없어서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규정이 딱히 없었는데, 딱 하나 암묵적으로 나의 소속을 밝히면 안 되는 룰이 있었다. 실제로 나는 내가 어느 회사 어느 팀 소속임을 한 번도 내 채널에서 얘기한 적이 없다. (물론 아는 사람들은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소소한 나의 일상을 공유하곤 했던 페퍼유 채널이 나름 급작스럽게? 커진 계기가 있었는데 회사의 공식 채널인 <알꽁티비>에 “옷장 털기” 콘텐츠가 공개되고 나서였다.

알꽁티비로 말할 것 같으면 “출근룩”이라는 콘텐츠를 처음으로 시작한 채널이다.

당시에 랜선집들이 영상도 찍지 않았던 터라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집도 살짝 공개가 되고, 더불어서 옷장 속 내가 애정하는 아이템들을 공유한 콘텐츠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채널 구독자도 많이 늘고, 신기하게도 소소하던 나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wYsPz-znYU&t=602s


내 채널을 예전부터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내가 “비이커 바이어”라고 말을 하지만 않았을 뿐, 비이커에서 하는 팝업이나 바잉하는 혹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곤 했다. 누가 시켜서는 아니지만 이런 나의 일상과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게 나에게도, 내가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페퍼유 채널 보고 비이커에 왔다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는 매장 점장님들의 말을 들으면 굉장히 뿌듯했고, 다른 사업부에서도 우리 브랜드도 잘 부탁한다고 말씀해 주시는 게 그야말로 감개무량이었다.


무엇보다도 “페퍼유 채널을 보고 바이어가 하고 싶어 삼성물산에 지원했다”는 신입사원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면 사업부 별로 한 사람씩 직무교육을 하는데, 인사팀의 요청으로 바잉 직무 교육은 한동안 나의 몫이었다. 신입사원들이 똘망똘망 쳐다보는 앞에서 강의를 하는 게 처음에는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하다 보니 책임감도 생기고 재밌더라고요. 4 시즌 정도 한 것 같다.


밖에서도 가끔 “유튜브 잘 보고 있어요~”라고 불쑥 얘기해 주시는 분들이 생겨 너무나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인플루언서가 됐다.


인플루언서의 기준은 사실 없다. 아직까지도 이 단어가 그렇게 와닿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는 우리 모두가 사실 누군가에게 인플루언서니까. 유튜버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단어가 더 맞는 것 같으나 인플루언서라는 호칭이 아무래도 모두가 이해하기는 쉬우니까!


무튼 이렇게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다양한 브랜드나 행사에서 찾는 곳이 많아졌다. 회사 생활이 우선이었기에 다 참석할 수는 없었지만 시간이 나면 여기저기 재밌어 보이는 행사를 찾아가곤 했고, 포스팅이나 브이로그에 담았다.


그렇게 보는 눈이 많아졌다.


그리고 회사 안에서 보는 눈이 많아진다는 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후의 얘기는 조금 더 후의 에피소드에서 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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