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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난생처음, 멀리서나마...

여름의 끝자락에 다녀온 벤섬

by 율리


8월 중순, 여름의 끝자락에서 벤섬을 다녀왔다.

스웨덴 남부에 살면서 여러 번 추천을 받았던 곳. 아름답기로 소문난 그 섬은,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의 바다 위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기차를 타고 란스크로나 역에 도착한 뒤, 페리를 갈아탔다.

바람이 매섭게 불던 항구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향하는 길. 물결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페리 안에서, 나는 이미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엄청난 바람에도 불구하고 굳이 페리 갑판에서 버티던 나는 점점 감기몸살에 걸릴 것 같은 걱정에 페리 내부로 들어가 몸을 사렸다.


섬에 도착하자, 페리에서 내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흐름이 되어 움직였다.

나도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걷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모두 자전거를 렌트하는 듯 했다.

작은 섬이기도하고 처음 가보는 곳이니 걷고 싶어 자전거를 렌트하지 않고 홀로 걷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자전거 무리들 중 오르막길에 다다르자 자전거에서 내려 걷던 사람 중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었다.

볼거리가 한정된 작은 섬이라 관광명소에 다다르면 점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같은 페리를 탄 관광객들?


지도를 보며 계속 몇 시간을 걷고 사진 찍은 기억뿐이다.

섬의 서부 해안가에 도달하자 갑자기 구글맵이 작동하지 않았다.

거기는 덴마크로 여겨지는 땅인지 뭔지 로밍을 해야했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보니 가방에 넣어간 냉동김밥이 자동으로 해동이 되어 있었다.

김밥을 먹으며 계속 걸었다.


어느 순간 시야 너머로 낯선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알파카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멈춰 섰다. 난생처음 보는 알파카였다.

미친듯이 Zoom In 사진을 마구 찍기 시작했다.


내가 왜 어디 사진을 찍는지 모르던 지나가던 덴마크 관광객들이 몇 분 지나가 눈치를 채고 그들 또한 알파카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부드러운 털과 느긋한 움직임, 그리고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의 조우는 벤섬 여행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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