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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품은 봄

네모난 도시락 안 둥근 봄볕

by 아르망


새벽 차디찬 공기

톡, 하고 깨뜨려

엄마는 노란 햇살을 풀었습니다.


오늘 아이가 걸어갈 세상이 너무 춥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달군

둥글고 까만 밭 위에

작은 봄을 얇게 펴 바릅니다.


붉은 당근 같은 용기는 굳게 다져 넣고

푸른 파 같은 희망은 송송 썰어 넣어

노란 품 깊이 덮고 또 덮었지요.


혹여나 찬 바람에 여린 마음 시릴까 봐

포근한 온기 한 자락 끌어당겨 덮고,

혹여나 거친 세상에 작은 꿈 다칠까 봐

간절한 기도 한 자락 끌어당겨 덮었습니다.


차마 다 전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

노란 봄의 문장에 가득 담아

겹겹이 말아 넣습니다.


수줍게 등을 말아 속내를 감췄지만

속에는 꾹꾹 눌러 담은 그 다정함이,

나무의 깊은 나이테처럼

둥글고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지요.


그 시절, 달그락거리던 뚜껑을 열면

두툼한 노란 편지 사이로 와르르 쏟아지던

그 붉고 푸른 단어들.


세상 가장 부드러운 이불이 되어

철없던 내 마음 빈틈없이 덮어주던

폭신한 그 사랑.


켜켜이 노랗게 피워낸,

어린 날의 따스한 봄볕 한 입.



달궈진 팬 위에서 엄마는 그저 계란을 만 것이 아니라,

거친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킬 기도를 말고 계셨던 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투박한 도시락 한 켠, 노랗게 말려 있던 그것은 세상 가장 부드러운,

그러나 가장 단단한 사랑의 갑옷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마주한 세상은 여전히 춥지만,

기억 속의 그 노란 봄볕 덕분에

우리는 다시 걸어갈 힘을 얻습니다.

나무에게만 나이테가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랑에도 겹겹이 쌓인 나이테가 있었던 것이지요.


수줍게 등을 말아 감췄지만,

먹어보면 선명하게 드러나던 엄마의 그 붉고 푸른 응원들.

우리가 무심코 삼켰던 그 많은 끼니들이

실은 나를 키워낸 겹겹의 봄이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부디 이 노란 봄볕이 우리의 추웠던 하루를 덮어주는

따뜻한 한 입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 여러분의 마음속엔 어떤 봄이 겹겹이 쌓여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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