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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향기, 은목서

퐁당퐁당 100일 글쓰기 41일 차

by 뵤뵤


바람결에 실려오는 달큼한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한 손엔 운동 가방, 다른 한 손엔 출근 가방을 든 채 분주하게 내딛던 발걸음이 주춤해지는 순간.


바깥으로 끄집고 나온 몸이랑 달리 정신은 여전히 침대에 두고 온 것 같은데. 몽롱함을 일깨우자. 여명이 밝기 전 칠흑 같은 어둠이 주춤했던 발걸음을 재촉한다. 빨라진 걸음만큼 성큼 가까워진 차를 보니 주저 없이 몸을 싣고 싶다.





삐빅-

차 문을 연다. 서둘러 올라타려다 잠시 멈추었다. 조금만 더 맡자. 조금만.


이번에는 아예 고개를 들어 폐 깊숙한 곳까지 향기를 담아본다. 3초의 늑장이 아니라 3초의 사치라 부르자. 이 정도 여유쯤은 새벽에 일어난 나에게 얼마든지 상으로 줘도 괜찮을 거 같다.





콧속을 간지럽히는 감미로움이 익숙한 듯 낯설다.

치자꽃(가드니아) 향일까,

성의 없이 넘겨짚자니 지금은 너무도 가을이라.

제아무리 기후 위기라 해도 치자꽃이 겨울을 목전에 둔 바람을 본인의 계절이라 착각할리 없으니.


오뉴월, 훈훈함과 후덥지근의 경계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진득이 달라붙던 달콤함이 치자꽃(가드니아)이라면,

은목서 향은 부유하는 깃털 같다. 산뜻한 부드러움으로 주위를 맴돌 .


앞만 보고 걷던 발걸음을 불러 세워주니 고맙다.

팍팍한 감성에 한 자락 여유를 더해주니 감사하다.


이 가을의 목표는 마음껏 음미하고 마음껏 감상하기.

가을이 건넨 천연 향수 은목서를 입고 향기로운 일상을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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