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험관 시술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것이 느껴졌음에도 실낱같은 희망에 아내는 묵묵히 여기저기 멍든 배에 빈 공간을 부여잡고 주사를 놓았다.
그리고 희망고문을 하듯 매번 하는 난자 채취는 굉장히 아파서 채취 때마다 그렇게 안 좋다는 수면마취를 하고 비몽사몽 나오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내가 먼저 말했다.
“이제 그만하자. 그만하면 됐어. 우리 할 만큼 다 했다.”
안도와 아쉬움, 서글픈 감정들이 뒤섞인 복잡한 상태였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보통 눈물이 흐를 것 같지만 아니었다.
해볼 만큼 다 해봤기 때문에 후회도 미련도 없었다.
그리고 무리하게 더 강행했다가 나는 나의 평생의 친구이자 내 편을 잃을 것만 같았다.
당장 잃지 않더라도 내가 정말 외롭고 힘들고 필요할 때 아내가 아프거나 내 옆에 없을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래서 나는 내 친구이자 내 편을 선택했다.
“그만큼 잘 지내면 되지.”
아내는 이제 점점 폐경의 나이에 접어들게 되면서 걱정했지만 이제 우리의 건강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어떤 일에 있어서는 기회와 희망조차도 없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바람을 쐬러 가거나 식사를 하러 다른 곳에 갔을 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겁게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편이 조금 휑한 느낌이라 시선을 애써 외면해 본다.
아, 집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다른 길로 셌다.
집값은 다들 알다시피 떨어졌다.
이 아파트의 역사상 최고점에 덜컥 사버린 거라 마이너스 총액으로는 조금 큰 금액이지만 그 시기에 매매가 꽤 있던 시기여서 나만 최고가에 산건 아니라는 자기 위로를 하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 언젠가는 오르겠지...
“과연 오를까? 언제?”
그런저런 이유로 세계여행을 떠나더라도 집을 팔 수는 없고 월세 또는 전세를 주고 가야 될 것 같다.
서울이 아닌 경기도지만 그나마 다행히 역세권이고 학교와 학원이 많은 동네라 월세, 전세가 들어오는 건 무리는 없을 것 같은데 월세를 주자니 인테리어를 싹 다 한 새집 같은 상태라 집이 망가질 것 같아서 전세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런데 그건 퇴사한 후에 생각해도 될 문제이고 나머지 가구와 가전, 짐 등은 많지 않아서 쉽게 정리가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큰 마음먹고 어찌 보면 인생을 걸고 세계여행을 하는 건데 기록은 남겨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아내와 내가 늙어서 여행을 가지 못할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 젊은 시절의 여행 영상을 보며 추억을 회상해보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유튜브를 공부하고 있다.
공부라기보다는 연구 또는 경험을 해보고 있다.
우리의 간단한 여행 등의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영상을 업로드해보는 중이다.
구독자도 거의 없고 영상도 몇 개 없는 쌩 초보 유튜버지만 다른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서 배우고 수정해 나가고 있다.
그래도 하다 보니까 조금씩 발전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좋고 조금 더 노력하면 우리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유튜브로 큰 걸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왕 하는 김에 잘해보고 싶기는 하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여행 유튜브 채널을 계속 보면서 공부 중이다.
그렇게 다른 유튜버들을 보며 벤치마킹도 하고 목표설정도 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여행의 꿈을 꾸게 해 준 ‘방바닥 TV’ 형님과 ‘구름길’ 형님이 목표이며, 조금 더 노력해서 ‘아재여행’ 형님 정도의 영상 퀄리티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정말 솔직하게는 ‘민지영 TV’와 ‘모칠레로’ 같은 영상미를 남기고 싶지만 두 채널은 거의 방송 프로그램 수준이라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처럼 우리에게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영어공부와 운동도 해야 된다.
이렇듯 앞으로 1년 남은 퇴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글로 남겨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