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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부동산 실주소] MZ들이 움직인다

결혼하기 시작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들

by 하이

"이번 달 이 아파트 계약한 분들을 보면 다 88~95년생 분들이에요"


1년 간의 임장 끝에 매수할 아파트 후보지를 한 곳으로 좁혔던 2025년 1월. 해당 아파트가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라는 걸 어필하기 위해 부동산은 나에게 매도인들의 부동산 계약서를 직접 보여주며 그들의 나이가 나와 또래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모두 결혼하면서 신혼집 실거주를 위해서 매수하는 신혼부부였다. 공동명의가 추세라는 건 덤으로 알게 됐다.

내 또래 90년대생들이 하나 둘 결혼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30년 넘게 살면서 지금까지 결혼식을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일 정도로 친구가 없는 나도 올해만 5 커플이 결혼한다.


청년들이 결혼하기 시작한다는 건 부동산 시장에도 의미가 있다. 1명이 가진 돈으로는 아파트를 매수하기 어려웠던 젊은이들끼리 돈을 합치면서, 부동산을 매수할 수 있을 만큼 자산과 대출한도가 늘어난다. 신혼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암묵적 룰도 이들이 부동산 수요자 풀에 들어오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2030 젊은 층들의 결혼시기가 30대 초중반으로 그 이상으로 늦춰지면서 신혼부부들이 가진 '총알' 규모도 꽤 커졌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나 또한 회사생활 7년 차 직장인으로서 혼자 힘으로도 충분히 서울 외곽 아파트 정도는 대출받아 살 수 있을 정도로 꽤나 모았다. 그런 사람들 둘의 자산이 합쳐지니 젊은 신혼부부들도 '똘똘한 한 채' 전략을 구사하고자 더 상급지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신혼부부들에게 열려있는 9억 이하 아파트보다 더 비싼 아파트들에도 신혼부부 수요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더 주목해야 하는 포인트는 이들이 '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자식들이라는 점이다.


30대는 중장년층의 아파트 수요를 받아줄 만큼 인구수가 꽤나 높다. 2025년 기준 전체 대한민국 인구 가운데 60대 15.18%, 50대 16.76%, 40대 14.93%, 30대 13.5%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30대가 이제야 슬슬 결혼하기 시작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아직 아파트를 받아줄 수요층이 남아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아마 지금 얘기하는 인구구조에 따른 집값 하락은 최소 5년 뒤쯤으로 예상된다. 20대까지도 인구 비중이 11.87%로 나쁘지 않지만, 10대 8.78%, 10대 미만 5.78%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아이를 2명 정도 낳는 게 일반적이었던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들은 결혼조차도 안 해서 걱정했던 바와는 달리 슬슬 결혼은 하고 있지만, 아이는 1명 정도 낳는 분위기라는 점도 불안한 요인이다.


다만 당장 임박한 얘기는 아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생까지의 MZ세대들의 결혼행렬이 거의 끝물이 되기 전까지는 아파트 가격을 받춰줄 새로운 수요층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장년층이 매도하는 20평대 또는 10억대 아파트를 청년들이 받아주면, 중장년층은 그보다 더 비싼 평수나 지역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아직 끊기진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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