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신고가 매수를 했다. 당시 자문을 구했던 부동산 전문가는 대선 이후로 불확실성이 해소가 된 뒤 매수할 것을 권했다. 나중에 집값이 오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현재의 불확실성은 위험하단 설명이었다. 횡보세를 그리던 집값이 불확실성 속 반등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이 우려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도 3월 말, 계획대로 매수를 진행했다. 확고한 신념으로 결정했던 건 아니다. 단순히 운이었다. 전세 만기는 26년 1월이었지만, 빨리 매수를 결정하라는 재개발 빌라에 갑자기 꽂혀서 전세를 허겁지겁 뺐더니 살 집이 급해졌다. 빨리 정신 차려서 빌라를 사지 않기로 마음을 고쳤기 때문이다.
공부하고 임장 할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깊어지면서 더 집을 못 고르겠는데, 2개월 안에 매수할 집을 찾아야 했다.
고민하던 시나리오도 많았다. 갭투자+전세와 실거주 매수, 대출을 DSR 몇 퍼센트까지 받을 것이냐(40%를 풀로 채우냐 절반만 채우냐), 신축이냐 몸빵이냐 등등.
전문가들마다 하는 말도 달랐다. 오래 부동산을 봐왔던 사람들의 의견이 가지각색인 가운데 공통된 말은 '입지'였기에 그걸 가장 중점에 두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신축을 포기하고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급지의 역세권 구축을 샀다.
그저 신혼집 구하려고 지금까지 모은 주식 빼고, 예금 빼서 후다닥 매수했을 뿐인데 정말 운이 좋게도 내가 매수한 가격보다 3개월 만에 3억원이 올랐다. 솔직히 당시 나는 신고가 매수를 했기에 너무너무 불안해서 매수계약서도 정말 꼼꼼하게 보고 부동산 사장님께 "저희 정말 잘한 거겠죠" 물어보기도 했다.
나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주변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조언을 듣기도 하는 등 노력했지만, 이 모든 건 그저 운이라는 걸 인정한다. 그리고 내가 매도할 시점에는 다시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 가격은 허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만족하는 이유는 실거주하기 너무너무 좋은 곳을 잘 선택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순간이다. 바로 앞에 한강이 있어서 산책 강아지가 별명인 나로서는 매일매일이 행복하고, 위아래 이웃들이 정말 조용하고 친절하다. 핫플을 걸어서도 갈 수 있고, 너무 더우면 버스 타면 금방이다.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갔기에(3천만 원 ㅠ) 그 가격과 취득세 등을 집값에 포함하면 사실상 2억 정도만 올랐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덕에 신혼 분위기 나고 벌레도 없고 거의 신축급 컨디션에서 살고 있다. 유일하게 부족한 건 커뮤니티지만, 걸어서 5분 내 동네에 한 달에 5만 원도 안 하는 헬스장이 있고 동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