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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부동산 실주소] 메리트 커지는 신축

by 하이

주택 매입 시 신축이냐 구축이냐의 갈림길에 무조건 서게 된다. 같은 예산 안에서 깔끔한 인테리어와 완벽한 커뮤니티를 누릴 수 있는 신축으로 가려면 서울 핵심 지역을 벗어나야 하고, 서울 핵심 지역 안으로 들어오고 싶다면 신축을 포기하고 구축을 선택해야 한다.


입지를 차치하고 신축과 구축을 비교하자면 신축이 유리한 환경이긴 하다. 앞으로 신규 공급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축이 갖는 메리트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에게 현재 부동산PF 현황을 물어보면 "여전히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신규 브릿지론이 거의 없다고 한다.


브릿지론이란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첫 단계를 의미한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우선 토지를 매입하고, 인허가를 받은 뒤 시공사를 구해서 건물을 세워야 한다. 이때 토지 매입 단계에서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해 브릿지론을 일으킨다. 통상 시행사들이 주도한다.


하지만 2023년부터 부동산PF 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시장 분위기가 싸늘해지기 시작한다. 브릿지론을 일으키고도 건물을 세우는 단계인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이 쌓여갔다.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등으로 건물을 올릴 돈이 지나치게 많이 필요해진 탓이다. 분양까지 원활하게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C급 사업장은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토지가 방치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 결과 부동산 대출, 개발, 인허가 등을 담당하는 신탁사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부동산신탁업계 6위인 무궁화신탁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장 높은 수위의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명령을 받았다.


특히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 악화로 금융사들까지 타격을 입는 현 상황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작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던 사업성이 부족한 부동산까지 금융사들이 돈을 대주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자기 자본을 충분히 태워야만 PF가 가능하도록, 그리고 PF를 취급했다면 충당금을 더 많이 쌓도록 규제를 강화하려고 준비 중이다. 올해 내 규제를 완성할 예정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 그나마 신규로 설정되는 브릿지론은 시행사가 아닌 시공사가 주도하는 사업장이다. 즉 향후 분양이 원활할 것으로 기대돼 건설까지 '보장'된 사업장만 시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러한 추세는 최소한 금융당국의 강화된 규제가 적용되는 2026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지난해 PF 시장 내 신규 딜은 대부분 브릿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가는 사업장이었다. 기존 브릿지론 가운데 본PF로 넘어갈만한 사업장은 웬만하면 거의 취급했다는 의미다. 즉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아니면 지난해보다 더욱 신규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신축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에서는 신축 메리트가 높아질 수밖에 없긴 하다. 서울 핵심 지역이냐 신축이냐. 그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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