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 유튜브 속 요즘 유행한다는 결혼 문화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할 때 필요한 모든 지출을 철저히 50 대 50으로 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남자가 집, 여자는 혼수를 하는 게 관례였다면 성별 평등을 넘어 역차별이라는 단어까지 나오는 요즘은 계산기 두드리는 결혼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문화가 '윈윈'이 아닌 '치킨게임'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서로가 가진 돈과 월급 수준을 오픈하지 않고 지출만을 반반으로 각출하다 보면, 첫 번째로 각자의 소비생활을 제어하기 어려워진다. 한 집안의 가장이 된 서로가 앞으로는 아이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소비습관은 솔로일 때와 같다면 돈을 모으기 쉽지 않다.
자산을 굴릴 때도 불리하다. 자본주의란 돈이 돈을 만드는 사회다. 돈이 많을수록 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다. 두 사람이 가진 모든 돈을 영끌했을 때 살 수 있는 가장 비싼 집이 한 사람 또는 반반으로 각출한 돈으로 살 수 있는 집보다 앞으로 더 많이 오를 확률이 크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도 마찬가지다. 10%라는 같은 수익률이라도 시드가 천만 원일 때와 1억 일 때 수익 크기는 10배 차이다. 복리 효과도 훨씬 크게 작용한다. 시드가 천만 원일 때 10년 뒤 누적 수익은 1천590만 원, 1억 일 땐 1억 5천900만 원이다. 시드가 크면 분산투자가 용이해져 리스크 관리도 유연해진다.
우리의 경우 결혼을 약속한 직후부터 서로의 전 재산과 캐시플로우(월급 및 지출)를 투명하게 공유했다. 요즘은 식장 잡기가 어려워서 우리 또한 회사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식장을 예약하려면 1년 뒤 날짜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신혼집 매수 1년 전부터 서로의 모든 걸 보여준 것이다. 우리가 가진 전체 총알이 얼마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모든 걸 투명하게 운용하니 지출도 마음대로 하기 어려웠다. 갑자기 사고 싶은 게 생겨도 꾹 참고 알콩달콩 같이 살 신혼집만을 생각했다.
신혼집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돈을 미리 합친 덕에 결혼 과정에서 드는 모든 비용을 함께 줄이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다고도 생각한다. 그게 아니었다면 서로 눈치를 보고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더 비싼 예물을 장만하라 부동산 매수에 쓸만한 자금들이 야금야금 줄어들 수도 있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