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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할수록 연애를 잘한다

로맨틱하기 위한 조건

by 하이

요즘 내 최애 드라마가 있다. 2PM 이준호 주연의 <태풍상사>.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많은 드라마인 만큼 드라마 속 주인공도 꽤나 비현실적이다.


뼛속까지 '오렌지족' 대학생이던 주인공은 중소기업을 이끌던 아버지가 IMF 직격타를 맞은 뒤 갑작스레 돌아가시면서, 하루아침에 사장이 된다.


그런데 참 잘한다. 사람 귀한 줄 아는 천성에서 비롯된 모든 판단들이 비즈니스적으로도 정답에 가깝다. 아버지가 남겨준 가장 소중한 유물인 태풍상사의 직원들을 존중하며 그들과 함께, 때론 리더로서 홀로 짊어져야 할 짐은 스스로 감당하며 하루하루 회사를 운영해나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건 주인공 태풍이의 '연애 스타일'이다. 아버지가 숨겨둔 차용증을 찾지 못하면 회사 사장에서 물러나야 할 상황에 닥쳤을 때도, 그는 업무와 차용증 찾기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잠깐의 짬을 내 애인을 위한 빼빼로를 사두었다. 그리고 밤에 만난 애인에게 서프라이즈로 빼빼로를 선물한다. 쓰러져가는, 아니 이미 쓰러진 회사를 다시 세우기도 정신없는 와중에 애인에게 줄 선물까지 생각하는 그 여유.


드라마니까 설정된 비현실적인 인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내 남편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하루아침에 맡은 사장 역할을 완벽에 가깝게 해나가는 지능 높은 그이기에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남편은 맨날 야근하느라 밤늦게 들어올 정도로 바쁘다. 그런데 어느 날은 밤늦게 퇴근하고도 무화과치즈타르트 홀케이크를 사다 준 적이 있다. 내가 주말 밤 산책 길 중간에 있는 파리크루아상을 지나가며 먹어보고 싶다고 말한 걸 기억한 것이다. 그날 회사 점심시간 짬을 이용해서 회사 근처 체인점에서 샀다고 한다. 나라면 일하느라 바빠서 정신없었다고 핑계 댈법한 짬이다. 나조차도 잊은 나의 행복을 그날 선물 받았다.


나를 돌아보면, MBTI에서의 T라는 핑계로 주변 사람을 잘 챙기지 못한다. 천성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한다 할 수 있지만, 사실 그리 똑똑하지가 못해서 그런 거라고도 볼 수 있을 거 같다. 학교 다닐 때도 내 지능의 한계를 느끼고 공부할 때 무조건 시간 싸움을 했다. 라디오스타에 나온 한 의사 선생님은 교과서를 한 번만 읽어도 사진 찍듯이 외워졌다지만, 나는 모든 교과서를 최소 3번씩은 정독하고 백지에다 외운 걸 적어보는 테스트를 수차례 했었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기에, 솔직히 부모님께 연락도 잘 못 드린다. 남편을 세심하게 챙기지도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저 그가 해주는 것들을 통해 뒤늦게 깨닫고 따라 한다.


일과 연애 모두 잘하는 이들이 가진 로맨틱한 여유는 지능에서 나오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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