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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왜 낳아야할까

Why에 대한 고찰

by 하이

벌써 결혼을 하고 60일이 흘렀다. 우리 가정 안팎에서는 자연스레 아이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결혼 소식을 전한 모임에서는 "아이 생각이 있냐"는 질문이 필수 코스다. 우리도 "흘러가는 대로"라고 답하지만, 아이를 낳는다는 가정으로 인생 계획을 공유하고 있다.


그치만 왜, Why, 아이를 낳아야 할까? 최근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남편과도 그 의문을 공유했다. 아이를 낳아서 좋을 게 뭘까? 국가적 명분 외에 개인적 이점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그도 명확한 이유를 떠올리지 못했다. 우리 둘 다 그저 남들이 다 하기에 우리도 당연히 해야겠지 하는 마음이었던 거다.


농경사회 때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가정 내 노동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가정 내에서만큼은 경제적 측면으로만 본다면 그저 플러스(+)이기보단 마이너스(-)에 가깝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악화되는 건강, 그 기간 동안 근무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월급 공백을 차치하더라도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드는 정성과 시간, 돈이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국가의 임신 및 출산 지원수단이 점점 많아지고는 있으나, 솔직히 바다에 흙 한 줌 넣어주는 꼴이랄까.


국가적으로는 아이 한 명이 여전히 노동력으로의 가치와 함께 국민연금 소진을 막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그것도 각 가정에서 아이를 사회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올바르게 정성을 다해서 키웠을 때나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아이를 낳기만 하는 게 끝이 아니라, 우선 사랑이 충만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아이와 함께하는 '정성과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시간은 곧 돈이라는 것. 일이냐 아이냐, 공동육아 문화가 사라진 현재 한국에선 아무리 방과 후 교실 등으로 막아봤자, 엄마 아빠 중 한 명은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돈'도 많이 나간다. 지방과 서울의 교육 관련 정보 격차는 학군을 위해 거주비를 늘릴 수밖에 없게 한다. 나만해도 지방이 아닌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입시설명회'에 충분히 노출됐다면 같은 성적으로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수시 전략을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아직까지 느끼곤 한다.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환경이 아이가 엇나가지 않게 클 확률을 높여준다는 기대는 덤이다. 부모가 일하는 시간, 공교육이 채워주지 못하는 빈 시간을 사교육으로 채우기 위해 드는 돈까지.


우리 할머니 세대에서는 노후에 자녀로부터 부양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심지어 자녀가 결혼하기 전까지 필수는 아니지만 사실상 필수로 대학 등록금, 매매 또는 전세 자금을 포함한 결혼자금까지 책임져야 한다. 서울 집값은 이제 막 결혼하는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엔 이미 너무 높아졌다. 대출까지 막혔으니, 사적 대출 수단이 더욱 필수적이다. 뭐, 월세로 시작하라고 하고 손 놓을 수도 있지만, 그럼 그들이 돈을 모을 수 있을까. 영원히 국가의 노예가 되라는 의미인데, 그런 사람이 되라고 내가 아이를 낳는다?


이 모든 걸 종합해 보면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은퇴 후 필요한 비용을 맞먹을 거 같다.


부모님께 여쭤봤다. 나를 낳아서 뭐가 좋았냐고. 딱히 뚜렷한 이유를 답하지 못하셨다. 나의 경우는 학원을 별로 안 다녔으며 아버지 회사에서 대학 등록금이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돈 나가는 구멍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대학 다닐 땐 용돈이 필요하니까. 통학 교통비로 매달 15만 원 이상이 고정으로 들었고, 그 외 교재비 등 학교생활에 들어가는 비용과 생활비까지 합치면, 아르바이트로는 충분하지 않다. 물론 하교 후 저녁까지 시간을 모두 알바에 바치거나 고수익 과외를 하면 스스로 벌 수 있었겠지만 '공부하고 경험 쌓으러 대학 갔는데'라는 핑계로 용돈을 받았다. 그리고 대부분 친구들도 나와 같았다.


다들 입모아 말하는 내 생각엔 딱 하나 남은 '아이를 낳는 이유'는 '키우는 행복'인 거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느끼는 충만함이랄까. 그렇다면 애완동물과 무엇이 다른 걸까 생각했을 땐 내 유전자의 대를 잇는다는... 일론 머스크적인 생각일 텐데, 이는 나에겐 공감이 잘 안 가는 부분이다. 그 외에 또 뭐가 있을까.


모범생 DNA로 인해 사회에서 정답이라 하는 인생을 스케줄대로 살아가고 있는 나인지라 아이를 낳겠다는 쪽에 더 가깝지만, 여전히 'WHY'에 대한 명확한 답은 찾지 못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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