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폴록의 "액션페인팅"의 기원

앙드레 마송의 오토마티즘

by Sabin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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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폴록 <One: Number 31> 1950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에 가면 벽을 한 가득 매운 잭슨 폴록의 <One: Number 31>(1950)을 만날 수 있다. 일명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으로 알려진 폴록의 이런 그림을 보며 관람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것도 그림일까? 하긴 모든게 가능한 것이 현대밋루이고 기존의 장르를 깨고 유니크한 기법에 경도된 것이 현대미술의 특징이기 때문에 뭐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미술 작품이든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없다. 모든 예술작품은 모방(momesis)을 통해 유니크함으로 산출되는 작품 마다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화가 개인의 부단한 노력으로 쌓아진 창조의 역사(Geschichte)이다. 독일어로 역사는 Geschichte인데 동사 "발생하다"(geschehen)을 어원으로 하는 명사이다. 역사는 순간 순간 발생한 사건이 차곡차곡 쌓여서 축적된 과거의 기록이자 현재의 어머니인 것이다.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도 그러한 어머니를 지니고 있다. 바로 초현실주의 미술의 유니크한 양식인 오토마티즘(Automatism) 기법이다. 아무 의도도 없이 즉흥적으로, 마치 낙서처럼 그렸다고 해서 "자동기술법"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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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마송 <Automatism Drawing> 1924 뉴욕 현대미술관


오토마티즘 기법의 창지자는 프랑스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앙드레 마송(André Masson 1896–1987)이다. 마송은 1924년 앙드레 브루통이 선언한 초현실주의 운동에 동참한 초현실주의 미술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초현실주의는 1차 세계대전을 겪은 젊은 예술가들이 이성과 의식애 의문을 품고 미래의 희망은 무의식을 계발하는 데에 있다고 보았다. 이성으로 쌓아온 인류의 문명이 전쟁의 화염 속에서 한 순간 무너지고 초토화되는 것을 목격한 그들은 그동안 자신만만하게 절대적 위상을 누려온 인간의 이성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이성에 의해 억압되어온 잠재의식 곧 무의식에 미래의 희망을 걸었다. 그들은 곧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과 니체의 디오니소스 시대의 도래를 근거로 꿈과 무의식의 세계, 내면 깊숙히 자리한 트라우마를 화폭에 표출하기 시작한다. 앙드레 마송도 그 문맥에서 자동기술법을 창조하였다. 그는 일차대전에서 프랑스 보병으로 참전하게 되는데 최전선의 참호에서 근무하며 수 많은 전우들이 포탄에 의해 희생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바로 옆에 있던 전우가 포탄을 맞아 내장이 다 터져 아온 채 죽어가는 것을 수도 없이 보며 그는 살아남은 생존자였던 것이다. 그 끔찍한 죽음의 경험이 그의 내적 트라우마로 각인되어 있었고 그가 초현실주의 미술 운동에 적극 참가하게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 내적 상흔을 그림으로 드러내며 자기 치유의 작업에 돌진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 내면 깊숙히 트라우마로 갇혀있는 전쟁의 상흔을 꺼집어 내는 기법으로 자동기술법을 만들어낸다. 의식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손이 가는대로 내버려 두며 의식을 무장해제 시키는, 마치 낙서처럼 그어가다 보면 무의식이 술술 나오는 자동 기술의 방식이다. 이 드로잉의 발견으로 마송은 접착제로 오토마티즘 드로잉을 한 후 모래를 뿌려 작품을 제작하는 모래 그림과 오토마티즘 추상화 등 다양한 그림의 세계를 펼치게 된다. 1924년에 그가 그린 <Automatism Drawing>은 말하자면 그의 예술세계의 형식(Form)이 되어 다양한 미술 양식을 실험하는 토대가 되어 준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내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조형적 열쇠가 된다.

앙드레 마송을 바롯한 많은 유럽의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나치의 집권(1933)과 함께 다가오는 사회적 불안과 공포,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미국으로 망명길에 오른다. 마송은 스페인에 피신해 있다가 1942년 미국으로 망영길에 오르는데 이들의 미국행은 뉴욕의 잚은 화가들에게 너무도 중요한 사건이 된다. 잭슨 폴록, 빌럼 데 쿠닝, 아실 고르키, 마크 로스코 등 일명 뉴욕화파의 주역들로 불리는 젊은 작가들은 억눌려 있던 내면의 트라우마나 무의식을 표출하라는 초현실주의 미술의 강령에 매료되어 1940년대는 그야말로 초현실주의 미술이론에 경도된 작품들이 쏟아진다. 그 중에 잭슨 폴록은 특히 앙드레 마송의 자동기술법에 매료되어 열심히 모방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정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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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의식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물감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우연에 맡기는 일명 Dripping Painting을 산출하였고 그 몸짓을 더욱 격하게 발전시키며 그 유명한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을 산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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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핑 회화나 액션 페인팅이나 모두 의식에 바탕하여 인위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무의식을 끌어내기 위한 우연에 근거한 미술 방식이다. 그렇게 뉴욕 화파의 대표적인 작품인 <One: Number 31> (1950)이 산출 되었고 미술사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미술 양식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작의 시작에는 앙드레 마송의 전쟁 트라우마가 낳은 <오토마티즘 드로잉>(1924) 기법이 창조의 어머니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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