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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작품 해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열네 번째 이야기

by 늘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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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베- 역에서 내려줘

타쿠야 -오카베 아저씨, 집에 안 가세요?

오카베 -내일 일이 있어서 도쿄에 간다.


마키를 내려주고 난 뒤, 타쿠야와 오카베는 차를 타고 아오모리 역으로 향한다. 오카베는 일이 있어서 도쿄에 간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후반부로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가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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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 -오카베 아저씨, 제 부탁 생각해 보셨나요?

오카베 -뭐였더라?

타쿠야 -월터말이에요

오카베 - 아, 너도 참 끈질기구먼. 그보다 연구소 일 열심히 한다면서? 그쪽이 더 보람 있지 않겠냐?

타쿠야 -꼭 그렇진.. 그저 어서 끝내버리고 싶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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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 - 저 탑에 대한 걸...


자, 여기서 타쿠야가 말한 부탁이라는 것은 오카베의 비밀 조직인 월터 해방전선에 가입하고 싶다는 것이고 어서 끝내버리고 싶다는 것은 탑을 파괴하고 싶다는 것이다. 일곱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것을 다시 돌아보자. 소설판에서 타쿠야의 말이다. 탑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면서 왜 월터 해방전선에 가담하려는 것이냐고 묻는 오카베의 말에 타쿠야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어서 정리해버리고 싶어요"


그때야 그는 유리창 너머로 가늘고 하얀 수직선이 보이는 것을 깨달았다. 타쿠야는 그것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요 얼른 정리해버리고 싶습니다... 저 탑은"


또 다른 부분에서는..


"그래도 나는 하고 싶습니다. 반드시 내 손으로 하고 싶어요. 초조하단 말입니다. 저런 게 서 있다는 사실이. 저 경치가, 저게 서 있는 한 나는 계속 초조할 테고 아무 데도 갈 수 없어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그렇다. 타쿠야는 탑을 증오하고 있었다. 한때는 탑을 바라보며 동경을 품었던 그였는데 이제는 탑을 파괴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다시 살펴보자..


"올려다보자 머리 위에 탑이 있었다. 평소보다 한층 더 선명하게 보였다. 대기의 렌즈가 탑의 모습을 눈앞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타쿠야의 얼굴은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탑을 노려보았다. 거기에는 모든 증오가 담겨 있었다..."


"세계를 구하는가. 타쿠야에게 있어 세계는 아무래도 좋았다. 세계 따위 어떻게 되어도 좋다.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자신의 결심이 흐려지니가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타쿠야의 바람은 그저 탑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린 마음을 죽이는 일이다. 탑을 파괴함으로써, 부수적으로 사유리를 구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은 과거의 자신에서 해방되어 다른 인간이 될 수 있을 터였다. "


"어쨌든 사와타리를 위해서 탑은 사라져야만 해요. 사와타리가 눈을 뜬 뒤라면 탑은 어떻게 되어도 좋아요. 그녀를 위해.. 아니 이제 달라요.. 우리들은 우리들 자신을 위해 탑으로 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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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바뀌어 9월의 도쿄라는 자막이 나온다. 토미자와 츠네오가 어느 병원의 병실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탑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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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왜 그러시죠?

토미자와 - 어 아뇨, 도쿄에서도 저 탑이 보일 줄이야 생각도 못했거든요.

간호사 - 어쩌다 보이곤 해요. 오늘은 날이 맑으니. 이쪽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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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바깥으로 나가려다 토미자와가 힐끗 뒤를 돌아보는데 놀랍게도 사유리가 그 병실에 누워 있었다.


자 이 장면을 자세히 보자. 여기에는 감독의 의도 혹은 시선이 숨겨 있다. 원래부터 신카이 마코토는 ‘거리’를 감정으로 표현하는 감독이다. 특히 《구름의 저편》에서는 물리적 거리(혼슈와 홋카이도, 하늘과 땅)가 곧 심리적 거리이다. 여기에 추가해서 히로키와 사유리 사이의 거리를 설명하자면, 그들은 서로 다른 세계(꿈과 현실, 남쪽과 북쪽)에 존재하지만, 서로를 향해 꾸준히 ‘목소리’를 보낸다. 이것은 전작인 별의 목소리에서 아득한 우주 저편에 있는 미카코와 노보루는 서로를 잊지 않고 애절한 그리움을 휴대폰 문자로 보낸다. 초속 5센티미터에서도 아카리와 타카키는 전학으로 인해 떨어져 있음에도 편지를 통해 서로를 그리워한다.


그런데 토미자와는 전혀 다른 거리를 유지한다. 그는 병실의 문턱에서 사유리를 바라보지만 결코 다가서지 않는다. 분명 물리적으로 가까운데도, 감정적으로는 끝없이 멀다. 이것은 토미자와가 사유리를 보는 시선이 지극히 이성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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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게 이 병원으로 온 후로 나타난 경과입니다.

토미자와 - 중학 3학년 여름에 발병, 원인은 불명... 점차로 수면 시간이 길어지고 각성 상태가 유지된 건 처음 2개월뿐. 요 3년간 계속 잠들어 있더라.. 어떠한 꿈을 계속 꾸고 있다는 거로군요?

남자 - 뇌파 기록으론 그렇습니다.

토미자와 -DNA 감정은요?

남자 - 여섯 번째 장입니다.

토미자와 - 과연 분단된 핏줄이란 말이군. 좋습니다. 그리고 이게 후생노동성의 요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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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자와가 내민 서류들. 대상 A의 상태에 관한 경과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1996년 8월-1999년 9월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니까 사유리가 사라진 중학교 3학년 여름, 1996년 8월부터 무려 3년 동안 사유리의 상태를 기록한 보고서이다. 그리고 그 옆 서류는 사유리를 이송하겠다는 요청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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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자와 -이송 날짜가 정해지는 대로 정식 서류가 올 겁니다. 이 편지는?

남자 -환자가 입원 당시 쓴 것인가 봅니다.

토미자와 - 읽어봤나요?

남자 - 아뇨

토미자와 - 에미시 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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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사유리는 기면증으로 입원하게 된 직후 에미시 제작소의 오카베에게 편지를 썼는데 그 편지가 전달되지 못했고 오카베와 친구 사이인 토미자와가 그 편지를 건네받은 것이다.


여기서 사유리가 앓게 된 기면증이란 무엇일까?


기면증( narcolepsy, 嗜眠症) 또는 기면병(嗜眠病)은 일상생활 중 발작적으로 졸음에 빠져드는 신경계 수면장애이다. 한국 표준 질병 사인 분류에는 신경 계통의 질환-수면 장애(Sleep disorders)-발작성 수면 및 탈력 발작(Narcolepsy and cataplexy)으로 등록되어 있다. 2009년 5월, 보건복지부는 기면증을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지정하였다.


그렇다면 사유리의 병인 기면증은 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일까? 뭐 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않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에서 기면증은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서정적 상징체계 속에서, 세계의 분열과 인간의 내면적 단절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장치이다. 그러니까 작품 속 ‘기면증’은 의학적 상태라기보다 은유적 병이라는 점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좀 더 자세하게 해설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표면적 의미 — 병이 아닌 “세계의 연결장치”

사유리는 현실적으로는 도쿄의 병원에서 잠든 상태지만, 그녀의 의식은 ‘평행세계’에 접속되어 있다.

즉, 그녀의 잠은 현실로부터 단절된 상태이자, 다른 세계와의 연결 상태인 것이다. 그녀가 잠든 이유는 에조의 탑의 작용으로 인해, 사유리의 의식이 탑의 “평행우주”에 끌려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잠이 지속되는 한, 탑은 계속 작동하며 세계를 왜곡하게 된다. 따라서 “사유리의 기면증 = 두 세계를 잇는 통로”, 즉 “잠자는 소녀가 세계를 붙잡고 있는 구조”이며, 앞서 설명했던 대로 탑과 사유리는 하나인 셈이다. 이건 굉장히 신카이다운 설정으로 한 인간의 감정 상태가 곧 세계의 물리적 상태와 연결된다.


2. 상징적 의미 — “감정의 정지”, “그리움의 봉인”

사유리가 잠에 빠진 시점은, 히로키와 타쿠야가 서로의 꿈을 잃어버린 시기와 일치한다. 그러니까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던 그 여름날 이후 깊은 잠에 사유리는 빠져들었고 그때부터 이 세 명의 약속은 멈춰 버리고 만다. 즉 “그들의 마음이 현실과 단절된 상태”를 상징한다. 그리고 그녀가 깨어나는 것은 곧, 세 명의 잃어버린 약속과 감정이 복원되는 순간을 의미한다.


3. 시적 의미 — “기억과 꿈의 경계에 선 존재”

신카이 마코토는 ‘잠’과 ‘기억’을 자주 같은 층위로 다룬다. 《별의 목소리》의 메시지, 《너의 이름은》의 꿈속 교차, 《날씨의 아이》의 기억 소실 등이 모두 그렇다. 사유리의 잠은 단순한 ‘무의식’이 아니라, “기억이 현실을 붙잡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녀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그녀의 기억은 히로키와의 약속 이전에 머물러 있다. 즉, 그녀는 기억의 세계 속에 갇힌 존재이며, 히로키는 그 기억을 깨워 현실로 끌어올리려는 존재이다. 이 구조는 마치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처럼, 그녀가 ‘그림자의 세계(꿈)’에서 ‘진짜 세계(현실)’로 나오는 구원 서사로 읽을 수 있다.



4. 심리적·철학적 의미 — “닫힌 마음의 은유”

사유리의 기면증은 ‘내면적 트라우마의 외화로도 해석된다. 그녀는 세계가 분단된 현실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연결할 수 없는 상태로 점점 내면으로 침잠해 간다. 그 결과, “잠”은 현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로 기능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현실의 분단 = 인간관계의 단절, 잠의 세계 = 감정이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공간, 깨어남 = 현실과 감정의 화해로 이어지는 신카이의 이야기 구조는 그의 전형적인 서사 패턴이다. 《언어의 정원》에서는 “비가 내릴 때만 만나던 교사”, 《너의 이름은》에서는 “시간의 어긋남”이, 모두 현실과 감정의 분리를 나타내는 장치로 등장한다.


정리하자면 기면증은 서사적으로는 에조의 탑과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며, 감정적 면에서 그리움과 약속이 멈춘 시간, 철학적으로 보면 현실과 무의식, 기억과 존재의 경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어둠 속 잠 의 세계에서 빛 속의 각성을 감정의 회복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상징적 결론은 잠든 소녀가 깨어날 때, 세계가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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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때 오카베는 어디선가(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로 추정되는)에서 미군과 접촉하고 있었다. 뭔가 비밀스럽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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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진 자료를 건네받는데, 왼쪽은 PL 외각탄을 그리고 오른쪽은 에조의 탑에 대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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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항공모함이 정박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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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화면이 바뀌어 도쿄 대학이 나온다. 도쿄대 야스다 강당의 모습이다.

Yasuda_Auditorium_-_Tokyo_University_4.jpg 도쿄 대학 야스다 강당

야스다 강당(安田講堂)의 정식 명칭은 도쿄대학대강당(東京大学大講堂)이지만, 도쿄대 학내에서는 '야스다 강당'으로 불리고 있다. 7,000평방미터의 면적에 수용인수는 1,114석(3층 728석, 4층 416석).


야스다 재벌의 창시자 야스다 젠지로의 익명을 조건으로 하는 기부에 따라 건설되었으나, 젠지로의 사후 기부가 행해졌음이 알려짐에 따라 젠지로를 기리고자 하는 뜻에서 일반에서는 야스다 강당으로 불리게 되었다.


도쿄대학건설학과의 건축가 우치다 요시카즈(이후 총장)가 기본설계를 행하였고, 제자 기시다 히데토가 담당케 되었다. 의장 및 구조에 관해서는 이토 주타, 사노 도시카타에 협의원을 위촉하여 건축설계의 대강을 참획, 협의하였다. 벽면 및 음향에 관해서는 아네사키 마사하루, 다키 세이치, 반 시즈오 등이 협의원으로서 참가하였다. 설계를 맡은 우치다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문탑에 착상을 얻은 듯하지만, 역동감이 풍부한 디자인은 독창적인 것이었다. 1921년 기공, 관동대진재에 의해 공사중단을 거쳐 1925년 7월 6일 준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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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열린 미일 군사 연구회 보고회, 토미자와는 바로 보고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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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자와 - 이처럼 방향이 여러 갈래로 퍼지는 다원 우주의 편향을 연구하는 것으로 상당히 고정밀적인 미래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제 연구실의 최종적인 목표도 이곳입니다. 이것은 종래의 이론 모델이나 확률론이 아닌

어디까지나 현실 미래의 결과를 근거로 한 정보이며 이것이 정치적 군사적 의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헤아릴 수 없겠지요. 다만 솔직히 말해 한편으로 유니온 측의 양자 중력론 응용 기술은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에조에 세워진 그 상징적인 탑의 건설이 시작된 것은 남북 분단 직후인 1974년. 가동이 시작된 것은 1997년쯤이라 추측되고 있습니다만 설계의 중심적 역할을 맡았다고 하는 엑슨 츠키 노예가 본래 혼슈 출신이었다는 점은 저희 연합 측에 있어선 얄궂은 일이지요.


에조의 탑에 대한 연구결과, 탑의 역사에 대한 토미자와의 이야기를 뒤편에서 오카베가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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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자와 - 웬 불손한 손님이 계신가 했네


오카베 - 설명은 잘 듣고 있었다고. 말하자면 그거잖나? 신이 꾸는 꿈을 몰래 훔쳐보고 그 꿈을 분석해 보자는 거지?


토미자와 - 뭐 대충 비슷해. 뭐야 오카베 흥미 있나?


오카베 - 예습 좀 했지. 그보다 오늘 밤 오랜만에 어때?(마키와 타쿠야가 왔을 때의 대화 내용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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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나오는 문은 도쿄 대학 혼고 캠퍼스에 있는 아카몬赤門이다. 1827년 준공되었다. 아카몬(赤門, 적문, Akamon)은 말 그대로 붉은색 문이라는 뜻이다. 그 문화적 가치와 상징성 때문에 도쿄대학의 상징이 되었다. 나아가, 도쿄대학의 상징이라는 가치를 넘어 그냥 도쿄대의 별명이 되었다. 즉 아카몬이라고 하면 그냥 도쿄대학을 지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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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고 캠퍼스는 원래 에도 시대에 카가 번(加賀藩 현재의 이시카와현과 도야마현)의 공식 거주지였다. 그래서 아카몬도 원래는 1827년에 지어진 카가 번(加賀藩) 마에다가(前田家)의 고 슈덴 문(御守殿門)이었다. 그 자리에 도쿄대학 혼고캠퍼스가 지어지면서, 현재는 혼고캠퍼스의 교문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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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가 보이는데 신주쿠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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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자와 - 시라카와군은 뛰어나. 확실히 좋은 소질을 가졌어

오카베 - 애기해 보길 잘했지?

토미자와 - 그런데 오카베. 언제부터 학생들 알선 같은 걸 시작했나?

오카베 - 그 애들은 좀 특별해

토미자와 - 애들?


오카베 - 또 한 녀석, 걱정되는 녀석이 도쿄에 와 있을 텐데.. 연락이 안돼. 그 애들 둘이서 비행기를 만들고 있었어.


토미자와 - 그거 그립군? 뭐야 그것 때문에 올라왔나?


*일본에서 수도인 도쿄로 가는 것을 상경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도 서울로 상경한다는 표현이 있었다. 과거에는 천황이 거주하는 교토로 가는 것을 상경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올라왔다는 말은 도쿄로 상경했다는 의미이다.


잠깐 여기서 토미자와가 그거 그립군이라는 말은 과거 오카베와 토미자와도 비행기를 만들었던 때가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자, 다시 앞으로 돌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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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등장하는 토미자와의 연구실에 있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세 사람... 맨 왼쪽이 토미자와 그리고 여학생 오른쪽이 오카베이다.

The.Place.Promised.In.Our.Early.Days%2C2004.CD2.avi_001911119.jpg?type=w2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체를 쫓아가는 여학생

이 장면은 토미자와와 오카베도 과거에 하늘을 나는 비행체를 만들었고 그들도 히로키와 타쿠야.. 사유리와 같은 우정과 사랑을 나누었던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며, 아울러 한 걸음 더 나아가, 분단된 현실로 만날 수 없는 오카베의 아내가 바로 저 사진 속의 여학생이다.


또 오카베가 그애들은 특별하다는 말한 것은 그 나이 또래와 달리 비행기를 제작하겠다는 것을 보면서, 과거의 자신이 만들었던 비행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으며, 그래서 히로키와 타쿠야에게는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타쿠야를 토미자와의 연구소에 추천한 것도 타쿠야와 히로키를 아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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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자와 -좀 다른 용건인 줄 알았는데.

오카베 - 뭐 같았는데?

토미자와 -월터...

오카베 - 맞아 진짜 용건은 그거지. PL 외각탄이 들어오게 생겼어. 입수 경로는 사업상 비밀

토미자와 - 안 물어봐도 대강 알아. 그래서 뭐 설마 탑에 통하냐, 안 통하냐 말이야?

오카베 - 바로 맞았어

토미자와 -그거야 확실할걸. 탑 외부는 일순간에 증발해 버릴 테고 내부는 나노 네트로 된 거대한 리본으로 구성돼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도 아마 녹아버리겠지. 그래 PL외각탄이 가장 적합한지도 모르지


오카베 - 그렇군

토미자와 - 한데 말이야. 월터가 그런 행동을 하면 전쟁을 앞당길 뿐이야. 그만 두지 그래.


*이 오가는 대화를 살펴보면 토미자와는 오카베가 비밀 테러 조직 월터의 리더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카베는 자연스럽게 PL외각탄을 이야기한다. PL외각탄이 미군으로부터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애써 숨기지만 토미자와는 이 마저도 눈치채고 있었다. 또한 이 두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지만 오카베는 남북 분단의 피해자로서 그 현실을 어떻게든 해결해 나가려 하지만 토미자와는 오카베의 신념이나 행동에 대해서 적극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는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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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베 - 그래서 하려는 거야

토미자와- 결정 사항인가?

오카베- 아무래도 말이야. 전쟁을 바라는 높으신 양반들이 쫙 깔렸거든.

토미자와 - 남북통일이 자네들 이념 아니었나?

오카베 - 지금도 그래

토미자와 - 왠지 아까운데 말씀이야. 그건 연합 측에서 볼 땐 믿기지 않은 기술의 결정이라고. 어차피 그냥 서 있을 뿐 실제 아무 영향도 끼치질 않으니...

오카베 - 숨길 것 없어. 지금은 멈춘 듯이 보이지만 그 탑을 주변공간을 뒤엎는 강력한 병기일 가능성도 있지

토미자와 - 알고 있었나? 난 그 광경 꽤 좋아하는데 말이야.

오카베 - 가끔 그런 로맨틱한 녀석이 있단 말씀이야


토미자와 - 오카베 나도 뭐 하나 만 묻지. 얼마 전에 그 탑의 비밀과 관련 있어 보이는 사람을 찾았어. 아직 십 대 소녀지.


오카베 - 그래서?

토미자와 -오카베 자네도 알 텐데? 자꾸 말해서 미안하네만 그녀에 대해 확실히 밝혀질 때까지 시라카와 군에게는 비밀로 해둬. 친한 사이였다면 더더욱.


오카베 - 언젠간 들킬 텐데

토미자와 -그렇더라도 지금부터 고민을 안겨줄 필요는 없겠지. 벌써 안전 보장 기구 관할로 넘어갔어. 끼어들지 않은 편이 좋아. 이 우주가 과연 어떤 꿈을 꾸는지. 나도 보고는 싶지만 말이야..


이 대화들을 보면 오카베는 미국과 남측 정부에 깊은 교감을 나누는 관계이며, 미국은 에조의 탑을 위협 요소로 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월터를 사주하여 전쟁의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토미자와는 오카베에게 사유리를 찾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토미자와 또한 사유리와 타쿠야의 과거사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여기서 앞서 토미자와가 남자에게 내민 서류의 의미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토미자와 츠네오는 남부(도쿄 측) 군사정보국 소속 과학자로서 에조의 탑이 평행세계와 현실을 뒤섞는 위험한 장치임을 알고 있으며, 탑을 폭파해서 세계의 붕괴를 막으려는 미군의 작전에 협조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사유리는 단순한 ‘잠자는 소녀’가 아니라 탑과 연결되어 있는 존재, 즉 탑의 평행세계가 그녀의 꿈과 의식을 통해 유지되고 있었고 사유리가 깨어나면 탑이 멈출 수도, 반대로 더 강하게 작동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


타쿠야는 어린 시절부터 탑의 구조를 분석하려는 과학적 호기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 냉철하고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성장 후에는 군 연구소에 합류하면서 토미자와의 제자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러나 후반부의 결정적 순간에 그는 토미자와와는 다르게 행동한다. 그는 사유리의 존재를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 “약속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성과 논리가 아닌, 감정과 기억의 끈이 그의 선택을 지배하고 결국 그는 토미자와의 논리를 거부하고, 사유리를 구하기 위해 행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