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쌓으며 행복을 만들어갑니다

누가 사기를 당하는가 (5)

by Kema

집으로 돌아온 나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낡은 데스크톱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오늘 그 자리에 있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그에게 인정받아야만 한다. 떠올려 보니,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질문하나, 말투 하나가 모두 보통이 아니었다. 배경지식도 해박했고, 풍기는 분위기조차 내가 끼어들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어떻게든 내가 끈을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선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했다. 허겁지겁 휘갈겨 쓴 노트를 꺼내, 엑셀에 차근차근 정리를 했다. 개발제한, 수도/전기 인입, 지자체 허가, 프로젝트 파이낸싱... 글자로 옮겨 놓고 보니 얼추 그림이 그려지는 것도 같았다.


급한 마음으로 네이버 부동산에 접속했다. 금싸라기가 될 땅이라. 그렇다면 다른 곳보다도 서울, 서울 중에서도 가장 비싸다는 강남부터 찾아야지. 지도 위 매물들을 토지 그리고 매매 필터로 좁혀 보았다. 1종 나대지, 전원주택 부지, 코너 상가 신축, 즉시 착공 가능, 인허가 완료... 의외로 매물이 많았다. 그냥 토지일 뿐인데 평당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내가 찾고 있는 개발제한 토지들도 있었다. 그린벨트, 정부정책 호재 개발 기대 등의 설명이 붙은 땅들. 평당 가격은 건축이 가능한 토지의 이삼십 분의 일 정도였다. 허가만 떨어지면 스무 배, 서른 배의 가치가 된다.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미친 듯이 돌아갔다. 그는 정말 귀인이었구나. 세상에 이런 길이 있었는데, 나는 보일러 아껴가며 멍청이 개미같이 돈만 모았다니.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매물이 보였다. 서초구. 2만 평 임야. 강남 3구에 나온 토지들은 보통 잘해야 이백, 삼백 평인데, 이건 2만 평이라니. 매매가 150억. 나는 내던지듯 마우스를 클릭했다.


지목: 임야

면적: 67,000 제곱미터

용도지역 : 개발제한구역 (비오톱 2등급)

특징 : 도심 인근 대규모 녹지, 희소성 있는 2만 평 대지, 농업, 임업, 생태 보전 활용. 환경 보전 정책사업 대상지 선정 유망, 급매, 보유만으로 지가 상승 기대.


백오십억 짜리 땅이 이십 배 삼십 배가 된다면? 나는 흥분한 상태로 장거리 운전의 피로도 잊은 채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업무로 갈고닦은 엑셀과 파워포인트 실력이, 드디어 쓰일 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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