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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ukewarm Nov 24. 2024

열심의 모순

사랑

2021년은 가장 열심히 살았던 해로 기억합니다. 아마 가장 열심히 일하고 가장 적게 쉰 해였죠. 직장과 병행하며 창업 준비를 했던 터라 점심시간조차 아까워 밥도 거른 채 공부를 하고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출퇴근길에는 디자인 스케치를 했고 블로그를 쓰느라 밤을 새는 일도 잦았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몸은 힘들어도 내 일이라 행복하고 뿌듯했습니다. 열심히 도전하는 나의 모습이 내가 보기에 만족스러웠고, ‘금방 성공하는 거 아냐?‘라는 철없는 김칫국도 마시면서 열심히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요.


그런데 점차 제 삶에는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허투루 쓰는 1분조차 아까웠습니다. 기계처럼 움직였고,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조바심 때문에 화가 났습니다.


그렇게 채 2년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잘못된 식습관과 수면부족으로 악화된 몸은 더 이상 꿈의 무게를 버티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10년은 달려야 하는데 꼼짝도 하기 싫었습니다. 열심 속에서 내가 놓친 건 무엇이었을까요?


잠시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내가 나를 구석으로, 아주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세우고 있었습니다. 지킬 수 없는 스케줄을 세워놓고 지키지 못하면 간절함이 부족하다 자책하고, 완벽하지 않은 나를 완벽하지 못하다 탓했습니다. 어찌 보면 2년이라도 버틴 게 용합니다. 깨닫고 난 뒤로는 나를 존중하고, 나와 대화하고, 나에게 여유를 주기로 했습니다. 그게 나니까요.


조바심 때문에 나를 몰아세우지 마세요. 완벽하지 않은 나대로 사랑해 주세요. 나를 존중하고, 나와 대화하고, 나에게 여유를 주세요. 그게 나니까요:)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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